전문위원들 “위계상 맞지 않다” 반발이모 도시계획과장 “불가피한 상황” 의결 강행박수영 의원 “윗선 압력 있었을 것” 의혹 제기
  • ▲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뉴데일리DB
    ▲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뉴데일리DB
    성남시가 이른바 ‘제2대장동’으로 불리는 백현동 개발사업 당시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에 대한 내부 전문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강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성남시가 해당 부지를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도시계획위원들이 “도시계획 위계상 맞지 않다”는 등 우려를 표했지만 성남시 측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의결을 강행했다.

    야당에선 “짜고 치듯 밀어붙인 것을 볼 때 외부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본보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5년 8월24일 '제6회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모 도시계획과장은 당시 2호 안건으로 상정된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도시관리계획 결정안’을 조건부 의결했다. 공동임대주택과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하겠다는 명목이었다. 

    조건으로는 ▲지구단위계획 수립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사전 자문할 것 ▲용도지역 변경결정 고시 전에 기부 채납할 토지 및 건축물 조서와 토지 매각 시 토지매수자가 동 조건을 승계하는 내용을 확약하는 공증서를 성남시에 제출할 것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후 3년 내에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구역 지정이 실효되는 경우 종전의 용도지역으로 환원할 것 등을 내걸었다. 

    성남시는 이로부터 2주 후인 같은 해 9월 7일 식품연구원 부지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용도 변경하는 내용의 도시관리계획을 최종 고시했다.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의 용도변경은 무려 4단계 상향하는 조치다.

    문제는 당시 성남시 도시계획위원들의 반발이 상당했음에도 성남시 측이 용도 변경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A위원은 “성남시에 판교 테크노밸리 등 R&D 시설이 충분한데다 본시가지 상대원공단 등 관내 R&D 건물의 공실률이 높은 실정인데 R&D 시설을 추가로 만들 경우 분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부지를 서민을 위한 임대아파트 부지 등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모 성남시 도시계획과장은 “현재는 R&D 부지로 해놓고 나중에 지구단위계획 수립 시 세부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며 맞섰다. 

    B위원도 “아무리 국책 시책이라고는 하지만 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은 위계상 맞지 않다고 생각된다”며 “준주거지역으로 변경되면 나중에 개발업자가 용적률 400%의 고층 건축물로 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층고에 대한 규제 방법이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 ▲ 2015년 8월24일 제6회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록 중 일부 발췌.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 제공
    ▲ 2015년 8월24일 제6회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록 중 일부 발췌.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 제공
    이에 이 과장은 규제 방법에 대한 답변 대신 “사업성도 확보돼야 하며 공공기관 이전도 해야 하고 도시기본계획상 시가화예정용지로 이미 승인을 받았기에 성남시가 도시관리계획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하는 것이니 이해해달라”고 주장을 고수했다. 

    C위원도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결정할 때 원칙이 있어야 하고 국책사업이라고 해서 쉽게 변경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변경을 안 해주는 식은 지양돼야 한다”며 “공공에서 오히려 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D위원도 “이 안건은 녹지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것인데 서울시의 경우엔 용도지역 완화 시 한 단계 상향은 10%, 두 단계 상향은 25%를 기부채납하며 주변 환경을 고려해 용도지역을 변경하고 있다”며 “이런 원칙 없이 녹지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과장은 “식품연구원 부지는 도시기본계획상 시가화예정용지로 이미 승인을 받은 사항이므로 진행하는 것이며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해당 안건을 당일 조건부 의결했다. 

    이에 대해 박수영 의원은 "30여년 공직생활에 비추어 볼 때 이 정도로 반대 의견이 많으면 보류 결정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라며 "외부 압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백현동 개발에 특혜를 준 결재문서에 이재명 후보와 이 후보 측근들의 이름이 등장한다"며 "수사 당국의 조속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남시는 문제가 된 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 변경을 앞서 2014년 8월과 12월 2차례 반려한 바 있다. 

    그러나 2006년 당시 이 시장 후보 캠프의 선대본부장을 지낸 김인섭 한국하우징기술 전 대표(68)가 2015년 1월 백현동 개발사업 시행사 성남알앤디PFV의 최대 주주인 아시아디벨로퍼에 영입된 지 8개월 만에 용도 변경이 허가됐다.

    이후 백현동 개발사업은 기존 계획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당초 전체 가구를 민간임대로 계획했던 것이 돌연 민간임대주택 10%(123세대), 일반분양주택 90%(1100세대) 비율로 추진됐고 이 과정에서 아시아디벨로퍼는 3천여억 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