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중심 경기회복 완만"…카드매출 가파른 증가세제조업 회복세 제한…日평균 수출량 증가폭 석달새 3배축소공급망·원자재값 등 악재…오미크론 확산에 내수위축 우려
  • ▲ 비어 있는 완성차 주차장.ⓒ연합뉴스
    ▲ 비어 있는 완성차 주차장.ⓒ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한국 경제가 코로나19(우한 폐렴) 새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경기 하방위험이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한 수출이 높은 가격상승에 힘입어 금액적으로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물량기준으로는 증가폭이 둔화하는 가운데 개선 흐름을 보이던 내수마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KDI는 7일 내놓은 '경제동향' 1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했으나 신규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백신 접종 확대로 소비가 살아나는 반면 제조업은 회복세가 제한된다"면서 "최근 오미크론 확산으로 국내외에서 방역조치가 강화되고 금융시장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 하방위험이 확대됐다"고 부연했다.

    KDI는 소비 회복이 눈에 띈다고 했다. 특히 지난달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행되면서 인적 이동이 확대되고 신용카드 매출액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등 내수가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봤다. 신한카드로 추정한 국내 신용카드 매출액은 지난 9월 4.5%, 10월 7.7%, 11월 11.5%로 증가세다.

    10월 전(全)산업생산은 전달(1.4%)보다 높은 4.8%의 증가율을 보였는데 사적모임 제한 완화 등으로 숙박⋅음식점업(7.3%) 등 서비스업생산(5.2%)이 양호한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광공업생산(4.5%)은 반도체(38.7%)의 선전에도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자동차(-13.5%), 전자부품(-9.7%) 등 주력 품목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회복세가 제약된 모습이었다.

    그나마 10월 설비투자는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다. 반도체산업을 중심으로 기계류가 증가하고 운송장비의 감소폭은 축소되며 전달(-5.0%)보다 높은 2.9%의 증가율을 보였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를 떠받쳤던 수출은 금액 기준으로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물량 기준으로는 증가세가 점차 둔화하는 모습이다. 11월 수출은 수출가격의 높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전달(24.1%)보다 확대된 32.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여기에는 선박 수출이 일시적으로 237.6%나 반등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선박을 제외한 하루평균 수출 증가율은 22.0%로 전달(24.7%)과 유사한 수준을 나타났다. 반면 물량기준으로는 증가폭이 축소되는 모습이다. 하루평균 수출물량지수는 지난 7월 증가폭이 9.6%였지만, 10월에는 3.4%까지 떨어졌다.

    KDI는 "세계 산업생산과 교역량이 축소되면서 대외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제조업에서 생산 감소세가 지속되고 재고율은 급등한 가운데,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동반 하락하는 등 경기에 대한 부정적 신호가 점차 확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 소비.ⓒ연합뉴스
    ▲ 소비.ⓒ연합뉴스
    문제는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방역 강화로 소비 회복도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소비가 다시 위축되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개선흐름이 이어지던 노동시장에도 다시 찬바람이 불 전망이다.

    설상가상 소비자물가는 상승 폭을 키우며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109.41(2015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7% 올랐다. 2011년 12월(4.2%)이후 9년11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달(3.2%)보다도 0.5%포인트(p) 올랐다. 물가상승률이 두달 연속 3%대를 기록한 것은 2012년 1월(3.3%)·2월(3.0%) 이후 처음이다.

    물가지수중에서도 흔히 '밥상물가'로 불리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에서도 상위권이다. 3분기 한국의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5.0%로, 터키(27.6%)·콜롬비아(11.2%)·호주(10.6%)·멕시코(8.0%)에 이은 5위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는 하나 국내 고물가 상황은 서민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시장은 주식시장이 신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나타낸 가운데 은행 가계대출은 증가 폭이 다소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