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전자, 시스템LSI 수요 대응 1100억 투자삼성, FC-BGA 단계적 증설 검토… 1조 투자 전망LG이노텍, 전담 조직 신설 신사업 확장 윤곽
  • ▲ 자료사진. ⓒ대덕전자
    ▲ 자료사진. ⓒ대덕전자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기판도 수급 불균형에 따른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FC-BGA 수요 대응을 위한 관련 업체들의 투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덕전자는 최근 기계장치, 부대시설 등 신규시설 투자에 11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대덕전자는 "FC-BGA 시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설비 투자"라고 설명했다.

    FC-BGA는 반도체 칩과 패키지 기판을 플립칩 범프로 연결하며, 전기 및 열적 특성을 향상시킨 고집적 패키지 기판으로 전기 신호 교환이 많은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 처리장치)에 주로 사용되는 고사양 제품이다. AI, 5G, 자동차, 서버, 네트워크용 등 다양한 응용처에서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FC-BGA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대덕전자는 내년까지 누적 4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세웠다. 신규 라인 증축을 통해 FC-BGA 생산력을 계속 키워나간다는 목표다. 대덕전자는 지난 8월 말부터 FC-BGA 양산에 돌입했다.

    대덕전자는 그간 고부가 반도체 패키지기판 사업을 영위했음에도 모바일 FPC 및 전장 MLB의 저부가 제품 매출로 인해 이익 성장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 고부가 기판인 FC-BGA 매출 비중 증가와 함께 DDR5로의 메모리 세대 전환이 본격화되며 반도체 패키지 기판 부문이 전사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대덕전자는 올 3분기 매출 7199억원, 영업이익 45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1.6%, 213% 성장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덕전자는 차세대 사업으로 반도체 중 비메모리 분야를 선택, 기술 수준이 높은 FC-BGA 제품에 집중 투자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마련한 것"이라며 "이번 투자는 PC, 서버 분야보다 전장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차별화 제품으로 초기 시장 진입의 위험을 낮추고, 글로벌 반도체 업체와 전략적인 관계를 형성해 자율주행 및 전기자동차 도입 과정에서 동반 성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FC-BGA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삼성전기도 조만간 대규모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반도체 패키지기판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생산라인 증설에 1조원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중 FC-BGA에 상당 부분이 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는 최근 영업정지를 발표한 베트남 RF-PCB 공장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기는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FC-BGA는 고사양 수요 지속, 대면적 다층화 등으로 생산능력(CAPA) 잠식이 발생하며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단계적 증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기는 PC용 FC-BGA 분야 1위에 안주하지 않고, 내년 하반기에 고부가 서버용 FC-BGA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며 "한계 사업인 RF-PCB를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패키지기판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선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FC-BGA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대표 부품업체 중 한 곳인 LG이노텍도 사업 진출을 앞두고 있다. 

    LG이노텍은 최근 FC-BGA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지난달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이광태 상무를 FC-BGA 사업담당에 앉혔다. 내년 상반기 중 LG이노텍의 FC-BGA 관련 투자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해진다.

    LG이노텍은 시스템인패키지(SiP)와 안테나인패키지(AiP) 등에서 글로벌 시장 지위를 갖고 있는 만큼 FC-BGA 시장에 진출하면 기판 사업 실적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부족 이슈로 FC-BGA의 수요도 높아지고 있지만, 기술 난이도가 높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들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관련 업체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