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고비 中 경쟁당국 승인... 인수 추진 1년 2개월여만11조 달하는 자금 마련 돌입... 美·中 법인 유상증자 추진인수 후 낸드 2위로 '점프'... 기업용 SSD시장 존재감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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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중국 경쟁당국으로부터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 승인을 받으면서 1년 2개월 여만에 인수 작업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됐다.

    세계 주요 8개국에서 진행된 반독점 심사를 무사히 마친 SK하이닉스는 이제 11조 원에 가까운 인수대금을 마련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마침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인텔 인수 효과를 더해 단숨에 시장 2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에 필요한 세계 주요 8개국 반독점 심사에서 중국을 마지막으로 모두 승인을 얻어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인수대금 납입 등 막바지 딜 마무리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중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자마자 인수대금 납입을 위해 이번 인텔 낸드사업 인수를 위해 미국에 설립해 둔 자회사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인수대금으로 쓰일 1조 원 규모의 자금과 운영자금으로 쓰일 2000억 원 등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중국 대련에 두고 있는 법인은 3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현지 생산공장 인수대금을 마련한다.

    이미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사업 인수를 결정한 SK하이닉스는 무려 1년 2개월 여만에 인수 추진이 가능해졌을 정도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더불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패권전쟁이라 할 정도로 반도체 쟁탈전이 극심해졌고 특히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를 두고 극심한 대립을 나타내며 사실상 반도체 국가전으로 확전되는 양상까지 보였다.

    이런 상황 탓에 한동안 활발했던 반도체업계 인수·합병(M&A) 작업에도 크고 작은 잡음이 발생해 인수를 추진하던 SK하이닉스도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중국의 심사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던 최근 매그나칩 반도체 인수를 추진하던 중국 측이 미국의 반대에 막혀 딜 추진을 포기하게 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렀다.

    앞서 지난 2018년에는 중국이 미국회사인 퀄컴이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업체 NXP 인수를 무산시킨 바 있어 결과를 낙관할 수 없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고래 싸움에 M&A를 추진했던 기업들의 새우등이 터지는 일이 그만큼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다행히 그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과 공급을 성실히 해왔던 SK하이닉스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됐다. 이와 함께 '차이나 인사이더'를 줄곧 주장해왔던 최태원 SK 회장과 M&A 해결사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이 이번 인수건을 적극 지원한 덕에 마지막 허들이었던 중국의 반독점 심사를 무사 통과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제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 인수로 낸드플래시업계 점유율 2위로 단숨에 올라서며 D램과 함께 낸드사업에 날개를 달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낸드시장 최강자는 점유율 35%에 가까운 삼성전자이고 SK하이닉스는 일본 키옥시아(점유율 19.3%)에 이어 3위(점유율 13.5%)였다. 인텔은 점유율 5.9%로 6위에 머무는 수준이다.

    이런 점유율을 기반으로 단순 합산하면 인텔 낸드사업 인수 이후 SK하이닉스의 낸드시장 점유율은 19.4%로, 키옥시아를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2위에 올라서게 된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이 각자 강점이 있는 낸드 제품과 시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점에는 기존 2위 키옥시아와의 점유율 차이를 더 벌릴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D램과 함께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삼성과 SK가 시장 절반 이상을 점유하게 된다는 점은 국가적인 차원으로도 희소식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돼있는만큼 SK하이닉스의 낸드 2위 달성은 다소 아쉬웠던 2%를 채우는 개념도 될 수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인텔의 낸드사업 뿐만 아니라 이번에 SK하이닉스가 함께 인수하게 되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분야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앙처리장치(CPU) 개발 최강자인 인텔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고객들을 두루 두고 있는 덕에 기업용 SSD 분야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의 SSD 점유율은 거의 3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SK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점유율(7%)이 낮은 분야라 또 한번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