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상장 첫날 시총 100조원 돌파…후발주자 IPO 박차1세대 이커머스의 잇따른 매각…신세계 품으로 간 이베이물류센터 투자, 아마존과 손잡기도
  • 뉴욕증권거래소.ⓒ쿠팡
    ▲ 뉴욕증권거래소.ⓒ쿠팡
    2021년 유통업계의 주역은 바로 이커머스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해온 이커머스 업계가 2년차인 올해도 여전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의 가능성에 이커머스 업계의 IPO(기업공개)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한편 이커머스 업계 내의 다양한 인수합병(M&A)가 이뤄진 시기이기도 하다. 올해 이커머스 업계의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 쿠팡, 美 상장…시총 100조원 기록

    올해 이커머스 시장의 최대 이슈는 쿠팡의 기업공개였다. 쿠팡이 지난 3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면서 첫날 시가총액 100조원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당시 롯데쇼핑, 이마트의 시가총액을 모두 더해도 8조원대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전무한 규모의 기업가치였다. 

    쿠팡이 지금까지 단 한번의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음에도 폭발적인 성장과 미래가치가 인정 받은 결과다. 이로 인해 최대주주인 김범석 쿠팡 창업주는 자산 규모가 7조원을 돌파하며 국내에서 손꼽히는 부자 순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이후 주요 주주인 비전펀드가 일부 지분을 매각하면서 주가가 꺾이기도 했지만 28일 현재 시총은 61조원으로 여전히 국내 유통그룹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 이커머스 상장 릴레이…‘지금이 적기’

    쿠팡의 성공적인 IPO가 불러온 영향은 적지 않았다. 이커머스 업계가 앞다퉈 IPO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이다. 여기에는 시장의 평가가 높을 때 상장을 통해 제값을 받겠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마켓컬리를 운영 중인 컬리는 쿠팡 상장 직후 뉴욕증시에 상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국내 증시 상장으로 방향을 바꾸긴 했지만 현재까지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마켓컬리는 최근 홍콩계 사모펀드로부터 2500억원의 프리IPO 투자를 유치했다.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도 내년 IPO를 목표로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상장주간사로 선정한 바 있고 오아시스마켓 등도 내년 상장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커머스의 상장이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이커머스 업체 티몬은 올해 상장을 추진했지만 이를 잠정적으로 연기한 바 있다.
  • ◇ “지금이 찬스다” 1세대 이커머스의 잇따른 매각

    이커머스 기업들의 IPO의 한편에서는 기업들의 M&A가 그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졌다. 특히 1세대 이커머스 기업으로 꼽히는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은 올해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다. 이어 야놀자가 1세대 이커머스 인터파크를 인수했고 코리아센터가 1세대 이커머스 다나와를 인수했다. 이 외에도 패션 전문 이커머스 업체인 W컨셉이 신세계그룹에 인수됐고 카카오가 패션전문 이커머스 업체 지그재그를 인수하기도 했다. 

    ◇ 신세계그룹, 오픈마켓 1위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 M&A 과정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거래는 이베이코리아의 인수였다. 신세계그룹은 3조4400억원을 과감하게 배팅하면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했다. 경쟁사인 롯데쇼핑을 큰 격차로 따돌린 것. 이로 인해 신세계그룹은 오픈마켓 1위 사업자면서 동시에 거래액 기준 이커머스 사업 2위 사업자로 단번에 떠올랐다. 이 외에도 GS리테일은 지난 4월 물류 기업 매쉬코리아와 요기요를 인수하는가 하면 반려동물 이커머스 플랫폼 펫프렌즈를 인수하기도 했다.
  • SSG닷컴 물류센터.ⓒSSG닷컴
    ▲ SSG닷컴 물류센터.ⓒSSG닷컴
    ◇ 본격화된 투자전쟁…물류센터부터 OTT까지

    이커머스 시장의 재편이 이뤄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가장 적극적인 투자는 쿠팡이다. 쿠팡은 올해 1000억원을 투자해 OTT(Over The Top)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선보인 바 있다. SNL 등의 독자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유료회원을 붙잡겠다는 포부다. 이 외에도 쿠팡은 올해 1조원 이상을 투자하면서 호남 영남 충청, 부산 등에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에 나섰다. 

    신세계그룹 역시 향후 4년간 온라인 풀밀먼트 센터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 마켓컬리 역시 올해 3월 김포물류센터를 오픈한데 이어 최근에는 드라이아이스 제조사에 투자해 직접 생산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다. 

  • ⓒ롯데쇼핑
    ▲ ⓒ롯데쇼핑
    ◇ “판매자를 모셔라” 셀러 모시기 한창

    이런 규모의 경쟁이 이뤄지면서 주요 후발주자들은 판매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롯데온은 셀러 모집을 위해 지난 7월까지 두달간 입점 수수료 0% 행사를 진행했고 위메프와 티몬은 이보다 앞서 수수료율을 낮추면서 셀러 모시기에 나섰다. 판매자가 입점해 구색이 늘어나야 소비자를 모을 수 있다는 판단이 주효했다. 그동안 판매자들은 소비자가 몰리는 선두 이커머스 업계로 쏠렸기 때문에 궁여지책이 나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 ◇ 차별화 전략도 가속…아마존 손잡은 11번가

    미국 최대의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과 손을 잡고 고객 몰이에 나선 곳도 있다. 11번가는 지난 8월 아마존과 손잡고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론칭하고 아마존의 다양한 상품 판매에 나섰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상품인 만큼 국내에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제품이 특징이다. 11번가는 아마존과의 제휴를 통해 해외직구 규모가 전년 대비 3.5배 커지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성장은 했지만…수익성 고전 중

    문제는 수익성이다. 다양한 이커머스 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수익을 내는 곳은 이베이코리아 정도가 유일하다. 쿠팡은 3분기 영업손실은 약 35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7% 늘어났다. 매출이 전년 대비 48% 신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된 것이다. 

    11번가 역시 아마존 서비스 투자 등으로 3분기에 1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롯데온과 SSG닷컴 역시 같은 기간 각각 460억원, 38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셈이다. 

    컬리나 티몬, 위메프 역시 올해 적자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 나영호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 대표.ⓒ롯데쇼핑
    ▲ 나영호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 대표.ⓒ롯데쇼핑
    ◇ 치열한 경쟁에 인재 영입 경쟁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커머스 전문가의 몸값도 치솟는 중이다. 올해는 이커머스 전문가들의 이동이 가장 많았던 해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 대표로 영입된 나영호 부사장은 이베이코리아에서 서 전략사업본부장, 사업총괄 등을 역임했던 인사다. 

    티몬 역시 지난 7월 콘텐츠 플랫폼 기업 아트리즈의 창업자인 장윤석 대표를 영입했고 최근 인사에서 신세계까사 대표로 영입된 최문석대표는 이베이코리아 부사장, 여기어때컴퍼니 대표 등을 거친 인사다. 

    그렇다 보니 이들의 몸값도 치솟는 중이다. 11번가 출신으로 지난해 9월 롯데쇼핑에 영입됐던 임현동 상무, 김현진 상무 등은 지난 7월 CJ제일제당으로 다시 영입되기도 했다. 
  • 쿠팡 덕평 물류센터화재 사고 당시 모습.ⓒ연합뉴스
    ▲ 쿠팡 덕평 물류센터화재 사고 당시 모습.ⓒ연합뉴스
    ◇ 각종 사건 사고…쿠팡 물류센터 화재

    사업이 급성장 하는 과정의 진통도 없지 않았다. 특히 지난 6월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 물류센터의 화재는 이커머스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꼽힌다. 물류센터 내에서 발생한 화재가 배달을 위해 쌓아둔 제품에 옮겨 붙으면서 대규모 화재로 번진 것. 이는 화재 업무를 담당하는 방재실 직원이 경보 시스템을 초기화하면서 제때 경보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쿠팡의 직원들은 모두 대피했지만 구조대장이 인명 검색을 위해 지하에 잠입했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쿠팡은 이로 인해 인근 지역에 대한 피해보상까지 나서게 되면서 수백억원대 손실을 입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