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빠진 이재용·구광모… '우수인재' 확보 총력LG, '휴대폰' 버리고, '미래' 올인… 초거대 AI '엑사원' 등 방향 명확삼성, '기술개발-인재영입' 글로벌 조직 운영 및 매년 포럼 열어 시장과 소통
  • ▲ LG사이언스파크에 방문해 둘러보는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 ⓒ㈜LG
    ▲ LG사이언스파크에 방문해 둘러보는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 ⓒ㈜LG
    전통 제조업이 중심인 국내 산업지형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난 2년간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례없이 악화된 국내외 경제와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변화의 물결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국가들에 나타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환경 등 사회 문제에 대한 고민은 기폭제 역할을 하는 상황이다.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유망기술에 불과했지만 기술 진화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이제는 우리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산업 패러다임이 바뀔 때 투자를 집중해 신시장 선점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자칫 경쟁에서 밀릴 경우 미래 생존이 불확실하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에 혁신 기업으로 대변되는 전자업계의 미래 준비에 노력을 들여다봤다.[편집자주]

    삼성과 LG에서 무엇보다 총수의 투자 의지가 충만한 분야를 꼽으라면 단연 인공지능(AI)을 들 수 있다. 

    AI는 우리 일상에 벌써 상당부분 쓰이고 있어 친숙하게도 느껴지지만 생각보다 기술의 범위와 확장성이 넓어 웬만한 뚝심이 아니고서는 다방면에서 이뤄지는 투자를 이어가기 쉽지 않은 분야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는 심정으로 투자를 해야 하지만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LG 구광모 회장은 2022년에도 AI 투자에 한치의 물러섬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휴대폰 버리고 미래 신사업에 '올인'...구광모號 LG의 정체성 된 'AI'

    LG는 3년 전 구광모 회장이 그룹을 맡게 되면서 AI 사업에 본격적으로 돛을 띄웠다. 40대 젊은 총수인 구 회장은 LG의 변화를 이끄는 인물임과 동시에 새로운 리더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나타낼 수 있는 신사업을 발굴해 구성원들에게 미래를 제시해야 하는 역할을 짊어졌다.

    그런 그가 택한 미래사업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AI다. 취임 후 첫 행보로 연구소를 방문하고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행사에 모습을 나타낸 것부터 그가 지향하는 바를 보여줬다.

    AI와 같은 미래사업에 집중 투자를 시작하기 전 구 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히 접거나 매각해 실리 추구에 나섰다. LG전자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휴대폰 사업을 최종적으로 접게 된 것도 구 회장의 이 같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 결정적으로 반영된 결과물이다.

    대신 AI에 그간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만큼 막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특히 인재 확보에 방점을 두고 3년 간 2000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23년까지 그룹 계열사에 1000명의 AI 전문가를 두고 다양한 사업에서 AI를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진두지휘하는 기지도 새로 꾸렸다. LG그룹 16개 계열사가 참여해 'AI 연구원'을 출범한 것이다. AI 전문가인 배경훈 원장이 이끄는 AI 연구원에서는 원천기술 확보는 물론이고 구 회장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인재 영입이나 학계와의 공동연구 등을 진행하며 조용히 LG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거대 AI'인 '엑사원(EXAONE)'을 선보이며 LG가 앞으로 AI 분야에서 나아갈 방향성을 다시 한번 명확히 했다. 세계 최대 규모 데이터 학습량을 자랑하는 엑사원을 통해서 각 계열사와 협업하고 오픈소스를 공개해 AI 생태계를 키워간다는게 LG의 계획이다.
  • ◇ 이재용 부회장이 꼽는 미래 5대 사업 'AI'...로봇사업으로 꽃피운다

    삼성에서 AI는 이미 오랜기간 투자를 이어온 분야이자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 역점사업으로 항상 꼽는 대표적인 분야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에도 향후 3년 간 240조 원의 막대한 투자를 진행할 미래사업으로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 6G, 로봇과 함께 AI를 꼽았다.

    삼성에서도 AI 연구를 위해 가장 필수 조건을 인재 확보라고 보는 건 마찬가지다. 특히 삼성은 앞서 반도체나 다른 사업에서도 인재를 영입하는데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꾸준하게 인재 발굴에 나서서 성과를 냈던 경험이 많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인 대표적인 분야 AI에서도 우선 글로벌 AI 석학들을 영입하는 과정을 거쳐 AI 연구 첨단기지인 '삼성리서치'를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다. 국내를 포함해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캐나다, 영국, 러시아 등에 삼성리서치를 두고 AI 기술 개발과 인재 영입을 글로벌 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 포인트다.

    삼성은 AI 연구를 이미 5년 이상 이어오면서 이를 업계나 시장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데도 힘을 쓰고 있다. 그래서 매해 정기적으로 '삼성 AI 포럼'을 열어 삼성이 현재 주목하고 개발하는 AI 기술을 분야별로 소개하고 이 같은 삼성의 행보에 동행할 인재들을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영입하는 방법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삼성은 AI 연구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로봇사업에 나서서 그동안의 AI 연구성과를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접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임시 조직이었던 로봇사업화 테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정식 발촉하고 AI를 기반으로 한 로봇 제품 생산과 판매에 돌입해 수익창출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자체적인 AI 연구 외에도 지분투자나 인수·합병(M&A)을 통해서 독보적인 AI 초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해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삼성그룹 내에서 벤처투자를 맡고 있는 삼성벤처나 삼성넥스트와 같은 미래사업 발굴 조직에선 광범위한 신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AI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육성할만한 회사를 발굴해 투자하는 역할을 전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