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긴 강릉~제진간 착공…문대통령 참석, 한반도 평화 강조2027년 개통 녹록잖을 듯…北 착공식에 미사일 발사 화답환경영향평가도 복병…대륙철도연결 안되면 수조 날릴수도
  • ▲ 동해북부선 배봉터널.ⓒ연합뉴스
    ▲ 동해북부선 배봉터널.ⓒ연합뉴스
    정부가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해 54년 만에 동해북부선의 끊긴 강릉~제진 구간 복원에 본격 착수했다. 철도전문가들은 현 정부 임기 내 착공은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으나 대통령 관심사업답게 조기 착공이 이뤄졌다.

    다만 개통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잖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공을 들인 착공식에 새해 첫 무력시위로 화답했다. 남북 관계가 소강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여전하다. 토지보상 등이 필요 없는 우선시공구간을 정해 첫 삽을 뜨긴 했으나 앞으로 다른 공사구간에서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치며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5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건설사업 착공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동해북부선 단절구간인 강릉~제진 철도복원사업은 강릉시 남강릉신호장부터 고성군 제진역 간 111.74㎞에 단선 전철을 까는 사업이다. 총사업비 2조7406억원을 투입해 2027년 말 개통한다는 목표다.

    철도전문가들은 정부가 문 대통령 임기 내 강릉~제진 착공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면제돼도 기본계획 수립부터 기본·실시설계까지 1년 반 만에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일부 우선시공구간을 정해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사업을 발주하는 등 문 대통령 임기 내 착공을 위해 모든 부처가 달려들어 관련 행정절차 단축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애초 지난해 중순쯤 착공식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착공식이 열린 제진역은 2002년 남북 합의로 2007년 북한의 감호역과 연결된 곳으로, 강릉~제진 구간이 연결되면 한반도 철도망이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등 대륙철도망과 연계돼 유라시아까지 뻗어 나갈 수 있는 관문에 해당한다. 청와대는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최우선 추진하기로 합의한 동해선과 경의선 연결에 대한 우리의 신뢰와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 악수하는 남북 정상.ⓒ연합뉴스
    ▲ 악수하는 남북 정상.ⓒ연합뉴스
    그동안 정부는 9·19 평양공동선언에 따라 2018년 12월 경의선·동해선 철도 북측구간 공동조사를 벌였고 같은 해 12월26일 개성 판문역에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연 바 있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미북 관계가 얼어붙었지만, 정부는 북과의 협력 재개를 대비해 북한철도 현대화계획 수립을 준비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무관하게 자체 추진할 수 있는 동해선 복구사업을 진행해왔다. 정부는 2020년 4월 강릉~제진 복구사업을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인정해 예타를 면제했다. 과거 재정당국이 진행한 동해북부선의 경제성 분석(B/C)은 0.1 수준으로 알려졌다. B/C는 1.0을 넘어야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 즉 100원의 돈을 썼는데 그로 인해 얻는 편리함이나 유익함은 10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철도전문가들은 동해북부선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대륙철도와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대륙철도 연결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칫 수조원의 혈세만 낭비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도 이번 착공식의 의미로 대륙철도망 연결을 들었다. 동해선이 완공되면 부산에서 나진까지 동해축이 완성돼 부산항을 기점으로 하는 대륙철도망이 구축된다고 강조했다. 기존 대륙철도망인 TSR, 만주 횡단철도(TMR), 몽골 횡단철도(TMGR)와 부산항이 직접 연결돼 물류경쟁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지난 3일 신년사에서 "정부는 기회가 된다면 마지막까지 남북관계 정상화와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재차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부가 남북 협력 재개의 실마리를 마련하려고 브이아이피(VIP) 행사로 강릉~제진 착공식을 벌인 이날 북한은 새해 첫 무력시위를 벌였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전 8시 10분께 내륙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무력시위에 나서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 ▲ 북한 미상발사체 뉴스 보는 시민들.ⓒ연합뉴스
    ▲ 북한 미상발사체 뉴스 보는 시민들.ⓒ연합뉴스
    정부는 2018년 강원연구원 자료를 인용해 이번 사업이 4조7000억원쯤의 생산유발 효과와 3만9000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동해북부선 건설사업이 정부 계획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동해북부선은 아직 정확한 노선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턴키방식이 아닌 일반사업공구는 기본설계를 위한 설계업체조차 선정되지 않은 곳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1공구(남강릉 신호장∼강릉역 일원 7.7㎞) 등을 제외하면 올해 중반쯤에나 전체 노선의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

    우선시공구간 이외의 공사는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치며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사업진행은 아무도 모른다. 환경영향평가 등을 받으면서 지연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번에 착공식이 서둘러 이뤄진 배경에는 1공구 구간이 국가철도공단이 위탁관리하는 철도용지여서 토지보상이 필요 없는 데다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할 수 있는 구간인 것도 한몫했다. 국토부는 강릉~제진 복원사업을 총 9개 공구로 나눠 1·2·4·9공구는 턴키로 추진해왔다. 특히 1·9공구를 우선시공구간으로 정하고 패스트트랙으로 실시계획을 시행하는 등 조기 착공을 위해 속도를 내왔다.

    한편 강릉~제진 구간이 완공되면 철도 소외지역이었던 강원도로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해북부선은 지난해 말 개통한 부산~울산~포항 구간, 내년 개통예정인 포항~삼척선과 연결돼 포항, 울산, 부산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다. 가로축으로는 2018년 개통한 원주~강릉선, 2027년 개통예정인 춘천~속초선과 연결돼 서울까지 철길이 이어진다. 서울에서 제진까지 3시간 이내, 부산에서 제진까지 3시간30분만에 접근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로 여름 휴가지로 찾던 강릉시, 양양군, 속초시, 고성군을 고속철도로 빠르고 이동할 수 있어 주말여행지로 변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 동해축 노선도.ⓒ국토부
    ▲ 동해축 노선도.ⓒ국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