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공기업 등 고임금 신입사원 악용 막으려 도입맞벌이 가구 중위소득 기준으로 소득기준 설정"고소득 근로자보다 임차보증금 평가방법이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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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에 입사해 고임금을 받으면서도 근로장려금을 수급한 얌체족들을 걸러내기 위해 앞으로는 월 급여가 500만원 이상이면 근로장려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연도말 현재 계속 근무중인 상용근로자가 월 급여 500만원 이상을 받는다면 장려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세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지난 2020년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블라인드 앱에서 대기업이나 공기업 직원임에도 근로장려금을 받았다는 댓글이 줄줄이 올라왔고 이것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장려금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해당 댓글을 작성한 사람들은 연말에 대기업에 입사한 점을 노려 장려금을 신청해 지급받았다. 지난해 근로장려금 소득요건은 단독가구 2000만원, 홑벌이 가구 3000만원, 맞벌이 가구 3600만원인데 독립해 혼자 살고 있는 신입사원의 경우 입사한 지 몇 달 되지 않았다면 연 소득이 2000만원이 되지 않아 장려금 소득요건에 충족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봉 6000만원인 신입사원이 11월에 입사해 11월과 12월 동안 1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면 연봉은 6000만원이지만 입사 첫 해의 실질적인 연 소득은 1000만원이기 때문에 단독가구 소득요건에 충족하는 것이다. 

    이는 근로장려금의 소득요건을 월소득이 아닌 연소득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이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월급여 500만원 이상의 고임금 근로자를 장려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세법시행령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월급여 500만원 이상이라는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맞벌이 가구의 연 소득 기준은 3600만원으로 이를 월소득으로 환산하면 300만원인데, 월급여 300만원 이상인 근로자를 장려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월급여 500만원'이라는 기준은 맞벌이가구의 중위소득 정도이기 때문에 그렇게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를 들어 월급여 300만원인 사람이 3개월만 일해서 연간 900만원으로 생활한다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연 수입이 90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는 소리인데, 1년 동안 900만원 가지고 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월급여 500만원 이상을 기준으로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성과급이 있어서 연봉이 3600만원이라고 했을 때 월급여가 500만원이 넘는 달도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장려금 지급 제외 월급여 기준이 500만원 이상은 돼야 성과급 때문에 장려금 지급에서 탈락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홍 교수는 이번 세법시행령 개정안에 포함된 직계존비속 소유의 주택에서 거주하는 경우 전세금과 임차보증금 평가방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과거에는 직계존비속이 소유한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 동일세대원으로 보고 가구원 재산에 포함시켰지만, 개정안은 이 경우 분리세대로 인정해주는 대신 전세금과 임차보증금 평가방법을 간주전세금이 아닌, 기준시가의 100%를 적용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간주전세금이란 기준시가의 55%를 적용한 금액을 임차보증금으로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2억원의 전세보증금 내고 임차해 살고 있지만, 장려금 재산평가 때는 해당 주택의 기준시가인 2억5000만원의 55%인 1억3000만원을 보증금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홍 교수는 "근로장려세제라는 것은 세제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고안됐는데, 이 같은 방식은 추가적인 행정비용만 더 들 것"이라며 "임차에 관한 문제는 세제 안에서 가볍게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데 너무 많은 사람한테 근로장려세제를 주려고 하다보니 다양한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