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대한상의 등 7개 경제단체 공동성명"정치-사회적 압박수단 악용 가능성 높아""국민연금, 전국민 노후 보장 본분에 충실해야"
  • 경제계는 보건복지부가 최근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추진 관련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상정한 것을 두고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대표소송은 그 결과와 무관하게 기업의 신뢰도와 평판에 큰 타격을 주며, 기업이 승소하더라도 기업가치의 원상회복이 불가해 이는 결국 기금 수익률 하락으로 연결되고 가입자인 국민과 주주 모두에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소송에 대응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피해는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코스닥협회 등 7개 경제단체는 10일 공동성명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기금확충에 전력을 다해도 부족한 상황에 국민연금이 불투명한 장기 주주가치 제고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수탁자 의무 이행을 명분으로, ‘기업 벌주기식’ 주주활동에 몰두하는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에 경제계는 복지부와 국민연금이 전국민 노후 보장이라는 본분에 더욱 충실하기를 바라며, 해당 지침 개정의 전면 보류와 함께 다음 네 가지 선결과제의 이행을 촉구했다. 

    우선 관련 절차 및 결정 주체 등 중요사항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할 것을 요구했다. 국민연금은 해외 연기금과 달리 국내 기업에 대해 막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그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의 대표소송은 기업경영에 대한 정치·사회적 압박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대표소송에 대한 법적 근거와 절차 및 결정 권한 등과 같은 중요사항들은 국민연금 내부 지침에 불과한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이 아닌 '국민연금법' 등 관련 법률로 직접 정하자는 것이다.

    또한 대표소송이 남용되지 않도록 대상 사건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소송 제기를 위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여론에 편승한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고 기업의 혁신적인 경영 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 때문에 대표소송 대상 사건은 ▲이사의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로 인해 ▲이사 개인에게 경제적 이익이 귀속됐으며 ▲해당 사실이 판결이나 당사자의 자백 등으로 확정된 경우로 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대표소송 제기 실익에 대한 철저한 검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막대한 소송비용을 투입하고도 대표소송에서 반드시 승소한다는 보장도 없지만 승소해 손해를 회복하더라도 이는 국민연금이 아닌 회사로 귀속될 뿐이다. 이에 대표소송은 헤지펀드들의 기업 압박용 위협소송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표소송이 장기적 주주가치와 기금 수익률 제고에 기여한다는 명확한 근거도 찾아볼 수 없고 국민연금 대표소송은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이사가 회사에 미친 손해가 월등히 커서 그것이 도저히 묵과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야 제기할 수 있다"며 "이러한 사항을 반영해 소 제기 기준 및 실익에 관한 철저한 검증장치를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대표소송 제기는 기금운용을 담당하는 기금운용본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수책위는 기금운용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과 무관하게 정치·사회적 이해관계 및 여론에 따라 소 제기를 결정할 유인이 매우 높다"며 "원칙적으로 실제 기금운용을 담당하며 운용 수익률에 민감한 기금운용본부가 소송 실익 등을 검토하여 결정하되 극히 예외적인 사안이 있다면 기금운용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지는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경영 위축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하거나 소송에 패소하는 등의 사정으로 기금 수익률이 악화될 경우 해당 대표소송에 찬성한 자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남소방지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며 "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경제계, 관련 전문가 및 유관 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신중한 정책 추진에 임해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