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지난달 대기성자금 660조…전월 比 10조 ↑자산시장 격변, 부동산‧증시냉각기에 안전자산 선호 기준금리 인상 신호에 ‘은행 유입’ 당분간 지속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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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환율·물가 등 경제지표의 변동성이 커지고 주식과 코인, 부동산의 수익률이 주춤하자 갈 곳을 잃은 투자금이 은행의 안전자산으로 회귀하는 ‘머니무브’가 본격화하는 추세다.

    주식과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열기는 시들해지는 반면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정책과 국내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 되면서 은행 수신금리는 오르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659조7362억원으로 전달(649조7465억원)보다 9조9897억원이 늘었다.

    정기예금 잔액도 덩달아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4월말 614조7991억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12월말 기준 654조9359억원까지 오르며 40조원 이상 늘었다. 

    가상자산 투자가 한창이고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하는 등 증시가 활황이던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당시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은 월 10조원 이상 감소한 576조551억원을 기록했고, 정기 예‧적금 잔액도 월 5조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들어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 상승 우려와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미국의 유동성 축소가 가시화되면서 국내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 투자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전날(11일)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0.66포인트(0.2%) 오른 2927.38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들어 코스피는 1.71% 하락한 상태로 수개월째 3000선 안팎에서 보합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대 정책(자산 매입 축소·금리 인상·양적 긴축)을 동시에 언급하면서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26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0일 기준 64조 4325억원으로 3개월 전에 비해 3.9%(2조6334억원) 감소했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도 지난해 연말부터 계속 약세다. 지난 10일 한때 비트코인은 5000만원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미국 증권감독당국은 올해 투자자가 가장 주의해야할 상품으로 암호화폐를 꼽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 역시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청약열기가 식고 매매가격 하락 거래가 점차 늘어나는 등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작년 말부터 집값이 고점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한 데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이 합쳐진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은행의 예금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신호에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연 2.0%대의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오는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은행들의 예금금리는 또다시 오를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가능성이 높고, 기준금리가 올해 말 1.75%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은행 수신액 증가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이자를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유동성 자금이 은행의 파킹통장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