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임시국무회의 의결 예정…편성 공식화 7일만 '속도전'초과세수 4월에나 활용…적자국채·교부금 빼면 소규모올 나랏빚 1천조 돌파…대선앞 정치권 잇따라 증액 주장
  • 추경.ⓒ연합뉴스
    ▲ 추경.ⓒ연합뉴스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꽃샘 추경(추가경정예산)'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도 호응한다. 연초부터 추경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더니 단 30여일만에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뚝딱' 의결할 예정이다.

    추경 논란은 여전하다. 초과세수를 활용하고 싶어도 회계결산이 끝나지 않아 당장은 나랏빚을 져야 한다. 설상가상 정치권은 추경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태도다.

    정부는 18일 국무회의에서 총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21일 임시 국무회의를 따로 열어 정부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번 추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방역지원금 300만원을 추가로 주고, 소상공인 손실보상 재원도 기존 3조2000억원 규모에서 5조1000억원으로 늘리는 데 쓰인다.

    애초 정부는 추경 편성 가능성을 부인해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12월20일 새해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정부는) 현 단계에서 추경 편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말했다. 본예산 집행이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 대선도 앞두고 있어 정부가 먼저 추경 편성을 언급하기엔 어폐가 있었다. 하지만 해가 바뀌면서 정부 태도는 달라졌다. 민주당이 새해 벽두부터 추경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자 처음에는 난색을 보이던 정부도 사실상 국회 처분에 따르겠다며 말을 맞췄다. 지난 1일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선(先)지급·선보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정이 협력해 추경을 통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김부겸 국무총리는 KBS 뉴스에 출연해 추경 관련 질문을 받자 "여야가 '빚을 내서라도 이분들(소상공인·자영업자)을 도웁시다'라고 한다면 논의가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반대입장이던 홍 부총리도 3일 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방역과 소상공인 피해 상황, 추가 지원 필요성, 기정예산(국회에서 확정된 예산)에서 동원할 수 있는 규모와 세수 등 재원 여건을 정부가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이후 추경 편성은 가속페달을 밟았다. 김 총리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추경안을 설 전까지 국회에 내겠다"고 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이어 홍 부총리는 방역조치 연장 및 소상공인 지원 정부합동 브리핑에서 "14조원 상당의 추경안을 편성하겠다"고 했다. 추경은 검토하지 않는다던 정부가 26일 만에 구체적인 추경 편성 규모까지 밝히는 '과속스캔들'을 보인 셈이다.
  • 국가채무.ⓒ국가채무시계
    ▲ 국가채무.ⓒ국가채무시계
    정부가 21일 추경안을 의결해도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는 논란이 여전하다. 정부는 지난해 추가로 걷힌 세금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초과세수는 오는 4월 국가 회계결산이 끝나고 나야 쓸 수 있다. 당장은 적자국채를 발행해 빚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나랏빚은 문재인 정부 들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출범 초기부터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예산을 줄여가며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펴온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이번까지 총 10회나 추경을 짤 만큼 재정운용을 확장적으로 해왔다. 정부의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국가채무는 올해 1068조3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나랏빚 1000조원' 시대를 연다. 국회 예산정책처 국가채무시계에 따르면 현재 나랏빚 규모는 961조6323억원이다.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1861만원이다. 빚은 이후에도 계속 불어나 내년 1175조4000억원, 2024년 1291조5000억원, 2025년 1408조5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회계정산 후 넘어온 초과세수(세계잉여금)도 오롯이 빚 갚는 데 쓸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2차 추경 편성 당시 추산한 초과세수(19조원) 중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쓰고남은 돈에 재정당국의 세수추계 오류로 발생한 가욋돈 성격의 추가 초과세수를 합쳐 14조원 가까이 국고 잔액이 넘어와도 40%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우선 떼어줘야만 한다.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출연도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나랏빚을 일부밖에 갚지 못하는 처지다.

    설상가상 정치권은 추경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견해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정부의 추경 규모에 대해 "또 조금만 했더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도 "(추가 방역지원금) 300만원은 말도 안 된다"며 증액에 힘을 실었다. 일각에선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여야 구분 없이 표(票)퓰리즘에 나서면서 브레이크 없는 나랏빚 급행열차가 질주하는 양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