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대표 선임 이후 메타버스 사업 잰걸음카카오엔터-게임즈 등 계열사 시너지 활용 개발 나서메타, MS 등 글로벌 기업 대비 부족한 경쟁력 지적 잇따라
  • ▲ 카카오 판교 오피스 ⓒ카카오
    ▲ 카카오 판교 오피스 ⓒ카카오
    카카오가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을 차기 대표로 내정하면서 ‘메타버스’를 글로벌 진출의 키워드로 점찍었다. 카카오에 부족한 혁신과 ‘내수용 기업’이란 꼬리표를 떼기 위한 선택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사업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남궁 대표 내정자의 SNS에 따르면 카카오는 메타버스 사업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는 새로운 땅을 개척하는 관점에서 모든 사업 전략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며 “메타버스는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가장 사회적 요구에 가깝고 현재 카카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도전”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회가 요구하는 글로벌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기존 세상의 기술 혁신보다는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기업을 개편해 새 땅을 개척하는 것이 국민의 요구와 카카오의 창업 정신을 모두 지키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메타버스 사업 진출 전략으로 계열사 간 시너지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임 개발 계열사 넵튠이 진행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사업을 토대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IP, 카카오게임즈의 다양한 게임 라인업, 자회사 크러스트가 운영하고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등을 결합한 메타버스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카카오는 이미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활용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카카오엔터의 인기 웹툰·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의 명장면을 NFT로 만들어 계열사인 그라운드X가 운영하는 디지털 작품 유통 플랫폼 ‘클립 드롭스’에서 판매한 바 있다. 거래 활동의 재화로는 클레이튼 기반의 ‘클레이’ 코인이 활용됐다.

    넷마블의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가 설립한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진행 중인 카카오엔터의 버추얼 아이돌 그룹 개발도 주목할 만하다. 카카오엔터가 보유하고 있는 연예인 매니지먼트 역량에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을 활용한 시너지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지난해 넵튠을 통해 VR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 맘모식스를 인수하고 한국 소재 VR 메타버스 서비스 ‘갤럭시티: 코리아’를 공개하는 등 온·오프라인을 연결한 플랫폼 구축을 위해 나섰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전개 중인 메타버스 사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카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상대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META)’ 등의 공룡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MS는 화상 커뮤니케이션 툴 ‘팀즈’, 혼합현실(MR) 기기 ‘홀로렌즈’ 기술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최근 대형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한화 약 82조 원)에 인수하면서 콘텐츠를 확보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게임은 현재 모든 플랫폼에 걸쳐 가장 역동적인 엔터테인먼트 분야”라며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메타버스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전략을 공고히 한 셈이다.

    페이스북에서 사명까지 변경한 메타 역시 메타버스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VR기기 ‘오큘러스’를 활용해 그동안 게임에 집중됐던 VR 기술을 다양한 분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나선 만큼, 이제 막 메타버스를 필두로 글로벌 진출을 천명한 카카오의 경쟁력에 의문부호가 따르고 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카카오의 메타버스 사업은 국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유료 서비스와 연계된 이용자도 많고 시장에서 영향력이 워낙 크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와 서비스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해당 이용자들을 위한 보편전인 UI·UX 등의 형태를 선보인다면 경쟁력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며 “메타버스는 지금 당장이 아닌 10년 후를 바라보고 전개하는 사업인 만큼, 해볼 만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