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전세·준월세 가격 상승… 전세수요 월세로 전환""전월세신고제 후 이중가격 격차 지속 축소"부동산연구팀 신설, 5년여만에 동향보고서 내놔
  • ▲ 아파트 단지.ⓒ뉴데일리DB
    ▲ 아파트 단지.ⓒ뉴데일리DB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7일 6년여 만에 내놓은 부동산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집값 상승폭은 많이 축소되면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진단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핵심인사인 홍장표 원장이 버티고 있는 한 KDI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실책을 직접 언급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KDI는 이날 '2021년 4분기 부동산시장 동향'을 발간했다. 지난 2016년 5월 이후 5년8개월 만에 나온 부동산시장 관련 보고서다. 지난해 6월 취임한 홍장표 원장이 조직개편을 통해 부동산연구팀을 만들면서 보고서가 나오게 됐다. 부동산연구팀은 2011년 신설됐다가 2014년께 폐지된 '실물자산연구팀'의 후신 성격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이 폭등한 뒤에 늑장 연구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KDI는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해 주택매매가격이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면서 "다만 4분기 들어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매수세가 꺾이면서 정부가 집값이 하향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스피커 볼륨을 높이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KDI는 지난해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전년대비 9.9% 올랐지만, 4분기에는 1.8%로 전분기(2.8%)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고 부연했다. KDI는 "최근 주택매매가격은 기준금리 인상, 대출규제 지속, 입주물량의 증가 등으로 상승세가 둔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KDI는 아파트 상승률은 둔화했으나 연립·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은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했다. 거래를 나이별로 보면 30대 이하가 25.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유지했고 40대, 50대는 감소세가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KDI는 주택임대가격도 지난해 4분기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급불균형이 해소되며 상승 폭이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전국 주택전세가격은 전년대비 6.5% 올라 전년(4.6%)보다 상승폭이 확대됐으나 4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1.3% 상승해 3분기(2.0%)보다 상승률이 둔화했다는 설명이다. 월세통합가격도 지난해 2.6% 올라 전년(1.1%)보다 상승률이 높아졌지만, 4분기에는 전분기와 같은 0.8% 수준을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대신 KDI는 연중 급등한 전셋값 부담과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말미암아 전세 수요의 월세 전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4분기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배 초과)는 1.2%, 준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240배)는 0.8% 각각 상승해 0.2%포인트(p)와 0.1%p 확대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1~11월 전세 비중은 전체 거래의 57%로 전년(59%)보다 줄었지만, 반대로 월세 비중은 43%로 전년(41%)보다 커졌다.

    아울러 KDI는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임대차3법 시행으로 빚어진 이중가격 현상과 관련해 가격 격차가 축소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KDI는 지난해 6∼11월 서울 전월세거래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계약이 11월 현재 전체거래의 5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전세의 경우 신규계약 평균보증금은 6월 5억8000만원에서 11월 5억6000만원으로 2000만원 내렸고, 같은 기간 갱신계약 평균보증금은 4억7000만원에서 5억3000만원으로 6000만원 올라 격차가 줄어들었다고 부연했다.
  • ▲ 아파트 전세거래 비중 등.ⓒ연합뉴스
    ▲ 아파트 전세거래 비중 등.ⓒ연합뉴스
    KDI는 이번 보고서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실책 중 하나인 주택공급 부족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진 않았다. 주택공급과 관련해선 올 상반기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이 지방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기타 지방도 전년 상반기(3만3000가구)를 소폭 웃도는 3만6000가구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주택 전셋값과 관련해 지난해 상승폭이 확대됐는데, 원인이 신규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국 아파트 신규입주물량이 2018년 46만5000가구에서 2019년 42만 가구, 2020년 36만2000가구, 지난해 28만2000가구로 감소세를 이어갔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이번 보고서가 지난해 4분기 부동산시장 동향을 분석한 것이어서 범위를 넓히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선 6년여 만에 보고서를 다시 내놓으면서 주택 공급 부족 등 부동산 정책의 실패 원인을 정확히 짚고 넘어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제기된다.

    KDI가 에둘러 문재인 정부의 주택공급을 비판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KDI는 이번 보고서에 부동산시장 전문가 설문조사를 담았다. 설문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주택공급 부족을 지적하며 올해도 신규 공급 부족으로 매매가격이 상승할 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대체로 홍장표 원장이 버티고 있는 한 KDI 보고서에서 대놓고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없잖다. 홍 원장은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한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의 설계자로 꼽힌다.

    최근에는 현 정부에서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가 유튜브 채널에서 홍 원장이 경제수석으로 있던 당시 청와대의 부동산정책 분위기를 전해 화제가 됐다. 김 후보는 유튜브 방송에서 2018년 당시 투기 억제 일변도 정책으로는 안 되니 공급 확대를 이야기했지만, 청와대에서 안 받아들여졌다고 했다. 김 후보는 당시 장하성 정책실장, 홍장표 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등을 언급하며 회의장을 나와 쌍소리까지 하며 대판 싸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동산 문제는 공급, 규제, 지역균형발전 문제까지 전체를 다 봐야 하는데 이번 정부는 규제만 강화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 ▲ 홍장표 KDI 원장.ⓒ연합뉴스
    ▲ 홍장표 KDI 원장.ⓒ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