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30, '꽃샘추경' 증액 가닥… 김부겸 "국회 뜻 모아주시면"洪 "2∼3배 증액된다면 부작용 커"…선심성 돈풀기 엇박자로 점철
  • ▲ 추경안.ⓒ연합뉴스
    ▲ 추경안.ⓒ연합뉴스
    초유의 꽃샘 추경(추가경정예산)을 증액하는 데 정치권과 정부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는 내부적으로 또 엇박자를 냈다. 추경 검토부터 추진과정, 증액에 이르기까지 엇박자 투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을 30일 앞둔 7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추경안 심사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추경 증액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가 추경안을 마련하며 나랏빚 증가와 금리, 물가, 국채시장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한 뒤 "그럼에도 '지난 2년이 넘는 동안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희생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분들을 위한 합당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국회가 뜻을 모아주신다면 정부는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는 데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랫동안 이어진 방역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만 그 피해가 집중되는 것은 대단히 가혹하며, 이분들에 대한 직접 지원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에 정부도 십분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방법론은 달라도 여야가 증액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총리가 사실상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 ▲ 국회 예결위서 인사말하는 김부겸 총리.ⓒ연합뉴스
    ▲ 국회 예결위서 인사말하는 김부겸 총리.ⓒ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등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늘려서라도 35조원대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태도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최대 50조원·608조원 슈퍼 본예산 구조조정'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재원조달 방안에 이견이 있지만, 최소 2배 이상 추경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걸림돌은 오히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도 "(정부가 제출한) 14조원 규모의 추경에서 일부 미세조정은 될 수 있겠다"면서도 "규모가 2∼3배가 되는 것은 너무 부작용도 크고 미치는 영향이 커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겠나 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앞선 4일에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14조원 규모의 정부 지출 규모가 국회에서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여야가 증액에 합의해도) 저는 쉽게 동의하지 않겠다. 증액에 대해선 여야 합의에 구속되기보다 행정부 나름대로 판단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 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정부가 추경 증액을 끝까지 반대한다면 증액은 어렵다.

    여당 일각에선 '탄핵'까지 거론하며 홍 부총리를 압박하는 중이다. 이재명 대선후보도 홍 부총리를 겨냥해 "국회 합의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일종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 ▲ 당정협의.ⓒ연합뉴스
    ▲ 당정협의.ⓒ연합뉴스
    홍 부총리 반대에도 여당 정치인 출신인 김 총리가 '국회의 시간'을 존중하겠다며 진화에 나선 만큼 추경 심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추경은 소상공인에 대한 긴급 지원을 주목적으로 하는 만큼 속도가 생명"이라며 국회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한 상태다.

    그러나 표(票)퓰리즘(대중영합주의) 논란에도 대선을 앞두고 추진된 이번 추경은 온통 엇박자로 점철됐다. 김 총리가 정부와 여당의 갈등을 급히 진화하긴 했으나 재정당국의 수장인 홍 부총리와는 불협화음을 내는 모습을 또다시 연출했다.

    김 총리와 홍 부총리 간 엇박자는 이젠 익숙한 모습이다. 이번 꽃샘 추경을 시작할 때도 내각의 대응은 매끄럽지 못했다. 애초 정부는 추경 편성 가능성을 부인해왔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12월20일 새해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정부는) 현 단계에서 추경 편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말했다. 본예산 집행이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 대선도 앞두고 있어 추경 편성을 말하기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민주당이 추경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지난달 1일 신년인사회에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소상공인에 대한 선(先)지급·선보상을 언급하자 같은 날 김 총리는 KBS 뉴스에 출연해 "여야가 '빚을 내서라도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도웁시다'라고 한다면 논의가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반대입장이던 홍 부총리도 이틀 뒤 세종청사에서 "재원 등 여건을 정부가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취했다. 이후 추경 편성은 가속페달을 밟았다. 정부는 지난달 14일 추경 편성을 공식화하며 14조원의 편성 규모까지 밝히는 '과속스캔들'을 선보였다.

    일각에선 이런 데자뷔가 '추경 중독'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는 문재인 정부의 정해진(?) 순서가 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소위 홍남기 때리기로 군불을 때며 여론의 향방을 재고, 정부는 '홍백기' '홍두사미'라는 별명을 얻은 부총리를 내세워 잠시 반발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에 스스로 면죄부를 준다는 지적이다.
  • ▲ 금리.ⓒ연합뉴스
    ▲ 금리.ⓒ연합뉴스
    이번 추경은 추진과정에서도 금융당국과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을 샀다.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압력에 금리 인상으로 돈줄을 죄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14조원 규모의 선심성 예산을 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적잖았다. 추경이 고물가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추경으로) 재정지출을 더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