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추경에 국채금리 수직상승… 2.3% 육박통화-재정-금융 최적조합 찾아야 대선 앞둔 돈풀기에 시장우려 커져
  • 세계적인 긴축 움직임 속에서 국고채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금리 인상 기대감은 여전히 높지만, 대규모 추경 계획 등 재정과 금융·통화 정책이 따로 놀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가진 올해 첫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재정, 통화, 금융정책이 상호보완적인 최적 조합, 폴리시 믹스(policy mix)로 운용돼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폴리시 믹스는 성장과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복수의 정책수단을 적절히 배합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은행의 유동성 관리 등 거시적 대응과 정부의 수급 관리 강화 등 미시적 안정을 통해 물가 상승을 막고 금리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홍 부총리는 "예측 가능한 리스크에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해 불거지는 화이트 스완(White Swan)이 결코 되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대비와 관리가 긴요한 시점"이라며 "변동성 확대가 사회적으로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 국면에서 우리 국채 시장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한은은 국고채 추가 단순매입, 통안채 월별 발행물량 조절 등을 적기에 추진키로 했다. 또 정부는 추경에 따른 국고채 발행분을 최대한 균등 발행키로 했다.

    국고채 시장은 3년물 기준 올해 들어서만 25.9% 뛰었다. 지난달 14.4% 오른데 이어 이달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대 5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추경 소식이 전해진 지난 8일에는 2.303%로 4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달 국채 3년물 월평균 금리는 2.06%로, 전문가들은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 ▲ 1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총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한국은행
    ▲ 1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총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한국은행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거시경제회의와는 별도로 자체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국고채 시장 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7일 2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 조치에도 금리 강세를 되돌리지 못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로 보인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국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국내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며 시장안정화를 위한 추가 조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채권시장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날 회의에서도 기대 이상의 언급이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한은이 향후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대해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 증권사 채권 운용역은 "질서있는 금리 인상과 경기 부양이 이뤄져야 하는데 기준금리 인상폭과 속도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이 먼저 나온 형국"이라며 "이는 폴리시 믹스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불안한 국채 시장은 시중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늘려 부담으로 작용한다. 황순준 KDI 연구위원이 펴낸 '재정건전성이 금융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은 전체 국고채 잔액의 약 40%를 보유 중인데, 2010년대 유럽 재정·금융위기 당시 8~9%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만약 정부 재정 건정성이 악화되면 금융권이 받는 타격은 훨씬 더 크다는 얘기다. 황 연구위원은 "은행 자산의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는 국채 가치가 하락하면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고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