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제동 후 심의 미뤄하나금융·기업은행 등 안건에서 빠져패소 이어지면 앞선 제재 입지 좁아질 전망
  • ▲ 금융위원회ⓒ뉴데일리 DB
    ▲ 금융위원회ⓒ뉴데일리 DB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에 대한 내부통제 제재에는 손을 떼는 모습이다. 지난해 우리은행 DLF 제재 조치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이후 몸을 사리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25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야기한 디스커버리펀드 운용사와 이를 판매한 기업은행에 대한 제재 조치사항을 의결했다.

    자산운용사에는 기관 업무 일부정지 3개월, 과태료 5000만원, 과징금 1500만원을 내리고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에게는 3개월 직무 정리를 내렸다. 장 대표는 이번 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주중대사의 동생이다.

    금융위는 또 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에 대해서는 기관 업무 일부정지 1개월, 과태료 47억1000만원, 임직원 제재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번 심의에서 기업은행에 대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사항은 안건에 올리지 않았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는 금융회사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도록 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 처분 및 제재를 내릴 수 있다. 그동안 이뤄진 심의에서 임원진에게 제재를 가했던 것과 다른 기조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는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해 의결을 한 것으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사법부 판단에 대한 법리검토 및 관련 안건들의 비교심의를 거쳐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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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급된 사법부 판단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문책경고 등 취소청구' 소송을 가리킨다.

    금감원은 2020년 3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기준마련 의무 위반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처분했다. 손 회장은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징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명확하지 않은 금감원 규정으로는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취지였다.

    내부통제 위반 제재에 따른 소송은 줄지어 있다. 같은 DLF 사태 책임을 물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한 징계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이고, 손 회장에 대한 항소심 결과도 앞두고 있다. 만약 금감원이 연이어 패소할 경우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 제재 전반의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앞서 금감원이 하나은행이 판매한 11종 사모펀드에 대한 불완전 판매에 대해 업무 일부정지 3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리면서도 지성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한 제재를 심의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사법부 판단을 기다려보겠다는 셈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열린 손 회장에 대한 항소심 변론기일에서 "내부통제와 관련된 은행 내부규정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내용이 흠결돼 있어 징계는 불가피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상 제재 심의에 손을 놓은 이상 향후 이뤄질 제재 여부는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규모 사기를 벌인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중징계도 힘을 잃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규모 손실을 야기한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징계가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며 "애매한 금융당국 규정과 부실한 조사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