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매가 128주 만에 하락…전셋값도 하락폭 유지오피스텔 등 非아파트, 수도권 외곽-지방부터 역전세 시작"깡통전세 악순환 가능성…전세금 반환보증보험 등 안전장치 필요"
  • ▲ 서울 부동산. ⓒ정상윤 기자
    ▲ 서울 부동산. ⓒ정상윤 기자
    정부의 대출규제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셋값이 매매가를 뛰어넘은 이른바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실상 거래가 끊긴 상황에서 전셋값이 매매가와 비슷하거나 웃돌면서 전세금을 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대체재인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빌라 등에서 역전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서는 아파트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4주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보합(0.00%)에서 하락 전환(-0.01%)됐다. 2019년 9월2주 하락이후 128주(약 2년5개월)만이다. 수도권(-0.02%) 및 서울(-0.02%)은 하락폭을 유지했으며 지방은 보합 전환(0.01→0.00%)했다.

    전셋값은 전주의 하락(-0.01%) 폭을 유지했다. 수도권의 경우 하락 폭이 확대(-0.04→-0.05%)했으며 서울은 하락 폭 유지(-0.03%), 지방은 상승 폭(0.02%)이 유지됐다.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면서 깡통전세 우려가 가중되는 모습이다.

    매매가가 하락하면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셋값이 하락하면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해도 전세금 차익을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당장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새로운 전세 세입자에게 깡통전세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을 높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 하락기에는 서울 외곽부터 또 비아파트부터 가격이 먼저 하락한다"며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2030세대들이 아파트 대체용으로 중저가 빌라나 주거용 오피스텔을 집중 매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뒤늦게 추격매수에 나섰던 집주인과 세입자는 지금 같은 시기에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서울 강동구 길동 강동렘브란트 전용 15㎡는 지난달 초 전세금 1억48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집주인이 1억1000만원에 매매한 지 한달여 만에 3800만원을 더 받고 전세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매매가보다 비싸게 전세를 주는 이른바 '마이너스 갭투자'인 셈이다.

    강서구 방화동 에어팰리스 전용 14㎡도 1월 매매가 9900만원보다 3600만원 비싼 1억3500만원에 전세계약서를 썼다. 지난해 12월 2억9000만원에 손바뀜된 서초구 서초동 삼성쉐르빌2 전용 35㎡의 경우도 지난달 보증금 3억1000만원에 세입자를 구했다.

    이처럼 서울에서는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에서 가격 역전 현상이 발견되지만, 대상을 전국으로 넓히면 아파트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의 경우 급등한 아파트값에 2030세대의 주택 마련 수요가 아파트 대체재로 몰렸기 때문이다.
  • ▲ 서울 아파트. ⓒ강민석 기자
    ▲ 서울 아파트. ⓒ강민석 기자
    특히 지난해 투자수요가 몰렸던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마이너스 갭투자 사례가 적지 않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정부의 갭투기 조사와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집값 고점 인식 등으로 전반적인 주택 매수심리가 쪼그라들면서 투자수요가 빠져나가자 매매가가 정체됐고, 그새 전셋값이 매매가를 역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안성시 공도읍 주은청설 전용 39㎡의 경우 1월21일 보증금 1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매매거래 당시 가격 1억1500만원보다 500만원 비쌌다.

    경남 김해시 관동동 율곡마을 세영리첼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2억5000만원에 전세거래가 체결됐는데, 이는 사흘 전 체결된 매매가 1억6350만원보다 8000만원 이상 비싼 가격이었다.

    주택 시장에서는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른 상황에서 집값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 집을 팔아도 전셋값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집계를 보면 2019년 1630건이었던 반환보증 사고는 2020년 2408건, 2021년 2799건으로 늘었다. 사고금액도 3442억원, 4682억원, 5790억원으로 해마다 급격히 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집주인의 대출을 확인하고, 전세금 반환보증보험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증보험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끝나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보증보험(SGI) 등 기관에서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우선 돌려주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거래가 끊기고 집값이 하락하면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도권 외곽 지역이나 갭투자가 성행한 지역을 중심으로 깡통전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사실상 거래가 끊긴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하면서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너무 높은 단지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세입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계약 전 집주인의 대출 여부 등을 확인하고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세권 설정도 대안으로 꼽힌다. 전세권을 설정하게 되면 계약 만료시 전세금을 받지 못할 경우 임차인이 즉시 경매 신청을 하고 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세권은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안전한 수단 중 하나"라며 "후순위 권리자나 기타 채권자보다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증금 반환이 불확실할 경우 전세권 설정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