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보전 확대 재원 마련 어떻게나랏빚 1075조, 금리인상 엇박자여소야대, 지출 구조조정 어려워
  • 윤석열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인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이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물가 상승 우려와 재원 마련 방안이 변수로 꼽히고 있다.

    2차 추경은 소상공인 지원에 중심을 두되 유가 대응책 등도 함께 마련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관련 논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 손실보상 제도 개편·방역지원금 600만원 추가 지급 공언

    13일 대선 공약집과 후보 시절 인터뷰 등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취임 후 100일간 '코로나 긴급 구조 프로그램'을 시행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현 정부의 손실보상 방식이 불완전하다고 판단해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상'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손본다는 것이다.

    규제 강도와 피해 정도에 비례해 소상공인에 최대 5000만원을 지원하고,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행정자료를 근거로 지원액의 절반을 선(先)보상하는 것이 윤 당선인의 구상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즉시 기존 (방역지원금 300만원) 정부안과는 별개로 600만원을 추가해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의 기존 대출금 만기를 충분한 정도로 연장하고 세금, 공과금, 임대료, 인건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세제 지원을 하는 한편, 금융 지원 등을 통해 기존 지원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소액 채무 원금을 90%까지 감면해주는 방식의 긴급구제식 채무 재조정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 '50조원' 언급했지만 방식 따라 추경 규모 달라질 수도

    윤 당선인은 우선 인수위에 코로나위기대응TF를 설치해 코로나19 피해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윤 당선인이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지원을 위해 필요하다고 언급한 재정자금 규모는 50조원이다.

    윤 당선인의 기존 공약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 실현될지는 확실치 않다.

    소상공인에 일시 현금 지원 방식의 방역지원금을 600만원 추가 지급하고 손실보상 제도도 손보는 '투트랙'이 될지, 손실보상 제도만 개편해 보상액을 늘려주는 방식이 될지는 논의 과정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초 320만명 소상공인에 300만원 방역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9조6000억원의 예산을 썼다. 윤 당선인이 공언한대로 6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려면 19조2000억원이 더 필요하다.

    손실보상 제도 개편에도 추가 재원을 들여야 한다.

    당장 2분기부터 손실보상 대상과 금액을 모두 늘리려면 수조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고, 소급 적용까지 검토할 경우 필요한 예산은 더욱 늘어난다.

    방역지원금을 더 주고 손실보상도 당장 확대하려면 추경 규모는 20조원 이상이 돼야 한다. 다만 손실보상 제도만 바꿔 향후 지급액을 점차 늘려 장기적으로 50조원의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갈 경우 추경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치솟는 유가 관련 대책도 추경에 담겨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정부가 4월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를 3개월 연장하기로 하면서 세수가 1조3000억원 넘게 줄어들게 돼 이를 반영해야 한다. 유류세 인하율을 확대하면 세수 감소분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가가 지금보다 더 오르면 유류세 환급과 저소득층 유가보조금 등 재정이 들어가는 사업을 추경에 넣어야 할 수도 있다.

    △ 인플레 압박·재원 마련방안 고민해야… 민주당 협조도 필요

    추경 규모와 내용을 결정하기까지는 물가 상황과 재원 마련 방안이라는 변수가 있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목전에 두고 있는 가운데, 수십조원 규모의 추경을 통해 시중에 대규모 유동성이 추가로 풀리면 물가 상승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데 정부가 '슈퍼추경'을 편성할 경우, 재정과 통화정책이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재원 마련도 문제다.

    윤 당선인은 재정건전성의 급격한 악화는 피해야 한다는 기조를 보여온 만큼 4월 이후 세계잉여금으로 처리되는 지난해 초과세수와 올해 본예산 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첫 추경을 편성하면서 11조3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해 지난해 초과세수 중 일부는 이를 갚는 데 써야 한다.

    본예산 지출 구조조정도 한계가 있다. 올해 607조7000억원 예산 중 절반은 복지 등 의무지출이고, 나머지 절반의 재량지출도 인건비, 계속사업 등을 고려하면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윤 당선인이 언급한 50조원을 이번 추경으로 모두 편성한다면 적자국채 발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1075조7000억원의 국가채무는 더 불어나고 국채시장도 혼란을 겪어 전체 경제에 부담이 된다.

    현 정부의 '한국판 뉴딜' 등 주요 사업 예산을 깎아 재원을 마련한다고 해도 내용과 규모에 따라 이제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172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한다면 추경 국회 통과가 사실상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