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신평사 10여년 독과점채권 신용위험 판별 어려워등록제 필요성 대두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국내 3대(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신용평가사들의 독과점 체제로 인해 기업들에 대한 차별화된 평가경쟁이 사실상 퇴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신용평가산업의 시장진입과 경쟁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애요인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 무디스, 피치간 신용등급 스플릿 비율은 30~40%를 웃도는 것에 반해 2011년~2021년 국내 신용평가 3사의 신용등급 스플릿 비율은 3.1~8.7%에 머물렀다. 

    스플릿이란 동일기업, 채권에 대해 복수 신용평가사 신용등급이 존재할 때 신용등급간 차이나는 비율을 이른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에 비해 국내 신용평가사의 스플릿비율이 약 10분의 1 수준으로  신용평가 서비스와 신용평가등급이 동질화됐다는 지적이다. 

    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3사의 평가 방법론과 절차가 사실상 동일해졌고, 신용평가 등급의 분포도 AA 등급에 밀집돼 시장이 채권의 신용위험을 판별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용평가사들이 안정적으로 독과점을 향유하면서 등급 인플레이션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신용등급의 동질화가 시장 내 차별화된 신용위험 정보의 유통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신용평가산업의 경직적인 진입규제로부터 야기됐다. 

    2000년대 미국과 유럽은 신용평가 산업 영업행위와 신용평가 품질 개선을 위해 경쟁 촉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유로운 등록제를 시행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 LIG건설과 2012년 웅진홀딩스, 2013년 동양의 기업회생절차와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사태를 연이어 경험하면서 해당 기업과 크레딧에 대한 신용등급을 뒤늦게 하향조정한 신용평가 3사에 대한 거센 비판이 일었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신용평가산업 경쟁도 평가 과정에서 진입규제를 포함한 경쟁정책은 여전히 손을 대지 못한 상태다. 

    결국 3사의 독과점 체제가 고착화됐고, 이 3개사는 10년 이상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신용평가산업의 경쟁정책을 촉발해 신용평가 차별화와 품질 개선을 유도해야한다고 조언한다. 

    먼저 ‘신용평가업 인가 전 신용평가업무 수행(무인가평가) 금지’를 풀어 신규 진입회사의 업력과 평판 축적의 길을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는 신용평가사 인가 희망업체가 인가 신청전 신용평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업력과 평판을 축적할 수 없어 시장 진입이 구조적으로 제한돼 있다. 

    무인가평가 금지는 신용평가등급 난무와 혼재로 발생할 수 있는 크레딧시장의 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무인가업체의 신용평가 등급은 각종 금융법에서 인정되지 않아 시장 혼란을 야기할 위험이 크지 않다는 게 규제 완화의 근거다.

    더불어 현재의 인가제 정책을 등록제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형준 선임연구위원은 “진입정책을 등록제로 전환하고 일정기간 이상 평가업력을 축적한 업체의 평가역량과 시장평판을 외부 기관 또는 전문가위원회에 평가하게 하면 금융당국의 심사가 보다 적극적이고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등록(인가)를 업무별 부분등록제 형식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신규업체의 전문화와 단계적인 성장 유도를 위해 신용등급 평정 프로세스를 자산담보부상품, 금융회사채, 일반기업채, 특수채 등과 같이 발행자의 종류로 구분하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무의뢰평가 허용이다. 신규인가업체는 많은 평가를 의뢰받아야 평판을 확보할 수 있고, 이같은 평판없이는 평가의뢰를 받기 어렵다.  

    이미 주요 국가에서는 모두 무의뢰평가를 허용했다. 신규업체 입장에서 무의뢰평가를 활용하면 다양한 채권에 대해 신용평가 등급을 제공해 투자자의 신뢰 확보와 평가품질 개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임 연구위원은 “무인가평가 허용, 등록제로 전환, 부분등록제 도입, 무의뢰평가가 허용되면 신용평가산업을 자극해 투자자에게 신용위험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신용위험 변화를 적시에 식별하는 평가사의 등장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