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거래정보, 세무조사 대상 선정 단계서 활용"2019년 국세행정포럼서 "절실한 과제" 밝혀국세청, 인수위서 업무보고 과제로 넣을 듯
  • ▲ 국세청사 ⓒ국세청
    ▲ 국세청사 ⓒ국세청
    윤석열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에 박차를 가하면서 국세청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어느 부처든 이 시기에 얼마나 잘 움직이느냐에 따라 해당부처가 원하는 조직구성과 권한 등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증세없는 공약 재원마련(266조원) 이행을 전면에 내세운만큼 국세청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세출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국세청이 세원을 어떻게, 얼마나 확보하느냐도 재원마련의 중요한 열쇠다. 

    이에따라 '증세없는 복지공약'을 내세웠던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상황을 재현할 수 있다는 말이 국세청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박 전대통령이 당선인이었던 시절, '지하경제 양성화'로 공약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점이 단초가 되면서 국세청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고액현금거래(CTR) 정보에 눈독을 들였고 이를 성공시켰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라는 명분하에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국세청은 당시 완벽하게 이루지 못했던 '금융거래정보에 직접 접근'이라는 숙원을, 윤석열 당선인 인수위에서 '공약 재원 마련'이라는 명분으로 다시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침해 논란에도…'FIU법' 왜 통과됐나
  • ▲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 2013년 2월1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과제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 2013년 2월1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과제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 인수위 시절 국세청은 업무보고를 통해 300조~400조원으로 추정되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FIU정보를 국세청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FIU는 굉장히 낯선 용어였지만, FIU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제는 일반인들도 1000만원 이상의 금융거래는 국세청이 들여다본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됐다. 

    FIU는 금융기관으로부터 고액현금거래(CTR)과 의심거래(STR)을 보고받는데 CTR은 1000만원 이상의 일반적인 거래이며 STR은 범죄자금 은닉, 테러자금, 자금세탁 등 금융기관 직원이 판단해 의심될 만한 거래라고 보고하는 내용이다. 

    FIU법이 통과되기 전에는 FIU가 STR정보를 자체분석해 정보분석심의위원회를 거쳐 탈세혐의가 의심되는 것만 국세청에 제공하는 식으로 금융정보를 활용했지만 국세청은 여기에 더 나아가 CTR정보를 국세청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하며 일명 'FIU법'을 추진했다.

    CTR 정보까지 국세청이 접근하는 것은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라는 논란도 있었지만, 2013년 당시 발생한 8조원 안팎의 세수결손과 복지재원마련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CTR정보 활용 사실을 개인에게 통보해주는 개인정보보호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으로 FIU법은 통과됐다. 

    '빅브라더' 국세청 바람 드러내…국세청 행보 '관심' 
  • ▲ 당시 김현준 국세청장이 지난 2019년 12월17일 열린 '2019 국세행정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당시 김현준 국세청장이 지난 2019년 12월17일 열린 '2019 국세행정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FIU법이 시행된 지 5년 만에 국세청은 '2019 국세행정포럼'을 통해 '빅브라더'가 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발제자는 '금융거래정보의 국세행정 활용실태 및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국세청이 금융기관에서 직접 제공받는 금융거래정보를 세무조사 대상 선정 단계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FIU정보는 조세탈루 혐의 확인을 위한 조사업무와 관련해서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세무조사 대상 선정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지만,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금융거래정보는 금융실명법상 세무조사 대상 선정 단계에서 활용할 수 없다. 

    얼핏 보면 FIU정보나 금융거래정보나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FIU정보는 FIU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보고받은 정보를 조사에 필요한 부분만으로 가공해 국세청에 제공하는 반면,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것은 가공하기 전 자료다. 다시 말해 요리하기 전 '날 것'의 재료인 셈이다. 

    해당 포럼에서 국세청은 발제자의 주장처럼 보이도록 하는 주제발표 형식을 통해 이를 발표했지만, 당시 국세청장인 김현준 청장이 "지능적 탈세혐의를 포착하는데 금융거래 흐름 추적은 필수적이다. 금융정보의 과세 활용도 제고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절실한 과제"라며 여과없이 바람을 드러냈다. 

    한 조사국 직원은 "납세자들은 국세청이 모든 계좌 내용을 다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조사 직원들은 그렇게 권한이 크지 않다"며 "신고내용이 의심스러워 탈세혐의를 포착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계좌 자료를 요청하면 받을 수 없는데, 그런 경우 많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국세청은 윤석열 정부에서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FIU법 시행 이후 2020년까지 매년 2조원 가량의 추징세액이 발생하는 점을 부각시키며 금융거래정보를 조사대상 선정 과정에 활용하면 더 많은 세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칠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교수)은 "탈세혐의가 없을 때도 개인의 금융정보를 보겠다는 것은 과도하고 개인정보보호 취지에도 어긋난다. 잘못하면 남용될 소지도 있다"며 "국세청도 타 정부기관에서 달라는 자료를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세무조사 효율성 제고는 자신들이 노력해서 얻는 정보로 해야지, 이런 주장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