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추경 박차… 인수위, 기재부에 "조속한 준비" 주문올해 나랏빚 1075조 이상… 尹 "지출구조조정 바람직"의무지출·상반기 63% 조기집행 빼면 '칼질' 여의찮아한국판뉴딜 삭감 땐 민주당 반발 우려… 尹정부 '골치'
  • ▲ 재정.ⓒ연합뉴스
    ▲ 재정.ⓒ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 재정 기근난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당장 4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공식화했지만, 확장적 재정 운용을 해온 문재인 정부의 조기집행 기조 속에 재원 마련을 위한 세출 구조조정이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사무실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간사단 회의를 열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면 현 정부에 추경 요청을 할 수도 있고, (현 정부가) 안 들어주면 정부가 출범하면서 바로 준비된 추경안을 (국회로) 보내는 방안을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후보시절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해 50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인수위 경제1분과도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기획재정부의 업무보고를 받고 "소상공인에 대해 온전한 손실보상이 이뤄지도록 조속히 추경안을 국회에 낼 수 있게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오는 6월 지방선거를 고려할 때 이르면 4월 늦어도 5월에는 추경이 처리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 ▲ 윤석열 당선인.ⓒ뉴데일리DB
    ▲ 윤석열 당선인.ⓒ뉴데일리DB
    관건은 재원 마련이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퍼주기 재정운용을 비판하며 재정건전성 회복을 강조해왔다. 때문에 적자국채 발행은 뒷순위로 미뤄 나랏빚 증가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태도다. 올해 나랏빚은 1075조7000억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국가채무비율은 1차 추경 기준 50.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예정이다.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올해 본예산에 대한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대부분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출 구조조정에는 한계가 있다는 견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고령화 등으로 복지지출 수요가 빠르게 늘게 되는데 이를 부담하려면 지출구조조정으론 부족하다"고 했다. 세종대 이태환 경제학과 교수도 "재원 마련 방안으로 지출구조조정을 말해왔는데 계산을 덜 한 듯하다"며 "건강보험이나 실업보험 등 연금은 이미 재정상황이 안 좋다"고 지적했다.

    올해 본예산 규모는 607조7000억원이다. 이 중 절반쯤은 의무지출과 복지 분야에 쓰인다. '칼질'이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다. 50조원을 조달하려면 나머지 300조원쯤의 예산에서 16.7%쯤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 ▲ 재정준칙 도입 브리핑하는 홍남기 부총리.ⓒ연합뉴스
    ▲ 재정준칙 도입 브리핑하는 홍남기 부총리.ⓒ연합뉴스
    설상가상 확장적 재정운용을 해온 문재인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도 차기 정부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사회안전망 강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을 이유로 상반기에 재정을 집중적으로 써왔다. 올해도 상반기 중 63%의 예산을 조기집행할 방침이다. 의무지출과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다이어트할 수 있는 예산의 63%가 사실상 차기 정부 출범 한달 남짓 만에 소진되는 셈이다. 차 떼고 포 뗀 후 구조조정할 수 있는 예산은 120조원쯤이 남는다는 계산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후반부 들고나온 한국판 뉴딜 사업예산이 주요 삭감대상으로 꼽히는 가운데 172석을 점유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초과 세수를 활용하는 방안도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 1월 국세수입은 49조7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조8000억원 더 걷혔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기저효과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세금 납부 유예 등 세정지원으로 세수가 예정됐던 것보다 뒤늦게 들어온 영향이 크다. 통상 1월은 지출보다 수입이 많아 흑자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지출이 계속될수록 통합재정수지는 적자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 올해 추산된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68조1000억원이다. 2차 추경이 현실화하면 적자 규모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조세전문가인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일찌감치 문재인 정부의 퍼주기식 재정운영에 대해 "(다음 정권은) 손발이 묶여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려운, 더 위험한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었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재정 기근난을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