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응예산 '이전 수준'으로 축소… 부진한 사업도 '칼질'재정준칙 취지 살려 편성… 기금 통폐합 등 신규 재원도 확보허리띠 졸라매도 文정부 포퓰리즘에 나랏빚 1200兆 근접할 듯물가안정·소상공인 지원… 디지털 전환 등 미래투자도 강화
  • ▲ 재정.ⓒ연합뉴스
    ▲ 재정.ⓒ연합뉴스
    5년 내내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를 유지해온 문재인 정부가 내년 윤석열 정부의 예산안을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향으로 짜기로 했다. 방향성은 윤 당선인이 밝혀온 재정건정성 강화와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은 재정 정상화 시도에도 내년에 1200조원에 근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2023년도 예산안 편성·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확정했다. 예산안 편성지침은 내년 국가재정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준선이다. 각 부처는 이 지침에 따라 오는 5월 말까지 내년도 예산요구서를 기획재정부에 내야 한다.

    정부는 올해도 경제 도약을 위한 재정의 역할과 재정혁신이라는 다소 상충하는 목표점을 제시했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재정지출을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내면서도 '적극적 재정운용' 기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문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정부의 본예산 제출안이 최초로 600조원을 넘는 슈퍼예산(604조4000억원)으로 짜지게 됐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은 '재정혁신'에 좀 더 무게중심을 뒀다. 재정운영의 기본방향을 경제·사회구조 대전환과 민생안정 등을 위한 '필요한 재정'의 역할과 지출 다이어트를 통한 '지속가능한 재정 확립'으로 정했다. 여기에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뒷받침하려는 포석도 깔렸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국정 공약 200여개를 이행하는 데 266조원 규모의 재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나랏빚은 최소화하면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태도다.
  • ▲ 코로나 선별진료소.ⓒ뉴데일리DB
    ▲ 코로나 선별진료소.ⓒ뉴데일리DB
    정부는 먼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많이 늘어난 한시적 지원 소요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축소한다. 경직된 의무지출 구조도 근본적 개선을 검토하고, 사업수요와 여건 변화를 반영해 부처별·분야별 투자방향도 재설정한다는 방침이다.

    재량지출은 10%를 줄인다. 집행부진·성과미흡 지적사업과 공공부문 경상경비를 줄이고 각종 보조사업의 보조율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신규 재원 확보에도 나선다. 유사한 기금은 통폐합한다. 기금수입의 80% 이상을 일반회계나 복권기금에 의존하거나 기금관리기관과 수입원이 유사한 기금도 손질 대상이다. 기금의 여윳돈은 설치 목적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공공자금관리기금에 맡겨 필요시 끌어다 쓴다.

    사회보험은 4대 연금을 중심으로 중장기 재정추계를 내실화한다. 국민연금의 경우 수급자는 느는 반면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가입자는 줄면서 현행유지 시 오는 2041년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 ▲ 나랏빚.ⓒ연합뉴스
    ▲ 나랏빚.ⓒ연합뉴스
    특히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2025회계연도부터 도입하려는 재정준칙의 취지를 최대한 존중해 짠다는 계획이다. 기재부는 2020년 말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안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지만, 상임위 소위에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재정준칙은 재정 지표의 관리수준을 정한 것으로, 기재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와 통합재정수지 비율 마이너스(-) 3%를 기준선으로 정했다.

    정부의 2021~2025년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내년 국가채무비율은 53.1%,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2.9%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 전망치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당장 올해만 해도 국가채무비율이 본예산 기준으로 50.2%, 통합재정수지 비율이 -2.6%로 예상됐으나 준칙 준수가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나랏빚은 1075조7000억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과 비교하면 415조7000억원(63%) 증가했다. 국가채무비율은 1차 추경 기준으로 50.1%다. 2차 추경이 논의되는 가운데 지출 구조조정으론 한계가 있어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일각에선 올해 나랏빚이 1100조원을 웃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참고로 중기재정운용계획상 내년 나랏빚 전망이 1175조4000억원이었다. 나랏빚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재정수지도 악화하고 있다. 중기재정운용계획상 올해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애초 55조6000억원 규모였지만, 1차 추경 기준으로 적자규모는 벌써 68조1000억원에 이른다. 2차 추경이 이뤄지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 ▲ 고유가 지속.ⓒ뉴데일리DB
    ▲ 고유가 지속.ⓒ뉴데일리DB
    정부는 재정의 역할도 충실히 한다는 방침이다. 내수 회복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관광·콘텐츠산업 지원을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수출 품목과 국가 다각화도 지원한다.

    식료품비·주거비·에너지 비용 등 서민 생활물가 안정에도 적극 나선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위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경영 개선, 폐업·재창업 등도 지원한다.

    디지털화 가속·탄소중립 실현 등을 위한 미래투자도 확대한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도 적극 대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