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부회장 "컨소시엄 참여 방안 고려중"美 엔비디아 좌절한 ARM… 관건은 '인수 방법'각국 반독점 규제 넘어 설 유일한 방안 '컨소시엄'… 인텔 등도 관심
  • SK하이닉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정호 부회장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정호 부회장 ⓒSK하이닉스
    지난해 인텔 낸드사업에 이어 키파운드리 인수까지 반도체 분야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추진한 SK하이닉스가 또 한번 M&A로 승부수를 던진다. 지난해 미국 엔비디아가 인수를 추진했다 고배를 마셨던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인수하기 위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전날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후 "ARM 인수를 위해 전략적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지난 28일 열렸던 SK스퀘어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 부회장이 "반도체 분야에서 ARM과 같은 기업을 인수하고 싶다"는 취지로 발언을 했던 것과 관계가 있다. 박 부회장이 내비친 관심이 단순히 관심 정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인수를 검토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걸 공식화한 셈이다.

    박 부회장은 ARM 인수에서 무엇보다 '방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앞서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강자인 엔비디아가 ARM 인수에 공을 들였다 각 국의 기업결합 심사 문턱에서 좌절된 선례가 있기 때문에 다른 인수 방법을 적용해야만 한다는 점에 방점을 뒀다.

    영국의 대표적인 팹리스이자 반도체 IP 기업인 ARM은 모바일 칩 설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엔비디아의 인수 시도가 좌절됐다. ARM이 제공하는 칩 설계 고객사 중 하나였던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 나머지 고객사들에 제대로 된 설계가 불가능할 수 있다. 설계 사용료를 터무니 없이 높이거나 특정 업체에는 기본 설계도도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독점 기업의 횡포가 가능해져 공정 경쟁을 저해할 요인이 크다는게 각 국 규제 당국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런 이유로 엔비디아가 인수에서 고배를 마신 후에도 매력적인 매물인 ARM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곳은 없었다. 400억 달러(약 48조 원) 규모의 ARM을 인수할 여력이 있더라도 규제당국의 허가를 얻는 단계에서 또 다시 좌절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ARM 인수를 위해선 한 주체가 나서기 보다는 컨소시엄 형태로 지분을 나눠 투자하는 방식만이 유효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과거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서 이 같은 컨소시엄 형태로 딜에 참여해 성공했던 경험이 있어 이 방식을 통해 비교적 빠르게 ARM 인수건에 적용하려는 모습이다.

    엔비디아와의 딜이 무산된 이후 현재까지 ARM에 공개적으로 관심을 표한 곳은 SK에 앞서 인텔이 유일했다. 인텔의 최고경영자(CEO)인 팻 겔싱어는 지난 2월 '인텔 인베스터 데이 2022' 관련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인텔 파운드리 사업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ARM 딜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이라고 의지를 나타내면서 반도체업계 물 밑에서 ARM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 조직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도 했다.

    이 같은 컨소시엄 구성에 SK하이닉스도 참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ARM 인수의 경우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닌 반도체 업계 전략적 투자자(SI)들과 합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 키옥시아 인수건 대비 이해관계가 복잡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18년 키옥시아 인수건이 베인캐피털 등 FI가 주축이 된 M&A였다면 이번 ARM 인수건은 SI들이 투자형태는 물론이고 향후 경영권이나 전략적 방향성 등에서 합의를 이뤄야 하는 이슈가 많아 딜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