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만에 2조 추가… 3년 지표물도 포함보유국채 29조… 현정권 들어 2배인수위 물가 4% 우려에도 역행… 시장은 불안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뉴데일리 DB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뉴데일리 DB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의 빅스텝을 앞두고 한국은행이 국고채 단순매입에 나서면서 시장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폭락하는 채권시장을 부양하기 위함이라지만, 부채의 화폐화 논란은 가열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5일 2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한다. 지난 2월 같은 규모로 실시한 이후 2달만이다. 특히 이번 매입에는 지표물을 대거 끼워 넣었다. 오전 10시부터 10분간 진행되는 매입대상에는 국고 10년 지표물과 3년, 5년 지표물까지 포함됐다. 신규발행되는 단기 지표물까지 매입함으로써 금리안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시장금리에 영향이 적은 10년물 이상 중장기물 위주로 국고채를 매입키로 한 한은 방침에 어긋나는 것으로 평가된다. 연준이 기준금리 0.5%를 한번에 올리는 빅스텝이 예고돼 있고, 새정부의 대규모 추경논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시중은행 한 채권 운용역은 "주요국이 긴축기조로 돌아섰는데 통화당국의 단기물 매입 조치는 발권력을 동원해 정부 부채를 떠안는 이른바 부채의 화폐화 논란을 자초한 것"이라고 했다.

    한은의 국고채 매입 발표에도 채권금리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5.3bp 오른 2.837%로 마감돼 2014년 6월 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년물 금리는 장중 2.861%까지 치솟기도 했다. 특히 5년물과 10년물은 각각 7.7bp, 5.8bp 상승했고, 이날 기재부가 발행한 30년물 국채는 13.6bp 급등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한은은 시장금리 안정화를 위한 단순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시장은 추가 매입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4%대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를 밝힌 당일 한은이 국고채 매입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새정부와 엇박자를 내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를 연착륙시키겠다"며 금리인상을 시사했지만, 국채 매입이란 역행을 결정한 것은 시장심리를 불안정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금리가 들썩일때마다 국채매입에 나섰다. 현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16년 말 한은 보유 국채규모는 14조5000억원 규모였지만, 지난해 말 29조원으로 5년만에 2배로 늘었다. 전 정부에서 거의 변동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정부 재정정책이 한은 통화정책을 지배하는 상황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