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차 공판 진행… 이사회 주주 이익 최우선 '선관의무' 쟁점검찰 "2015년 4월까지도 아무런 '준비-검토' 없이 추진, 주주 손해 끼쳤다"변호인단 "충분한 시간 갖고 결정… '시점-조건' 등 판단해 '적법-공정' 진행""합병비율, 일정 기간 주가 평균 따라 결정… 합병 과정서 적정성 검토 필요 없어"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기업가치 및 주주 가치에 손실을 입혔다는 검찰측 논리가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합병 과정에서 '삼성의 개입이 없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의 검찰측 주장과 다르게 '양사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적법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삼성측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17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9차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에는 국민연금공단 직원 정 모씨가 출석했다. 정 모씨는 지난 2015년 7월 국민연금 찬반 의결을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검토보고서 및 기업가치 평가 관련 자료를 받아 투자위원회에 제출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선관주의의무(선관의무)'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상법 제382조의3에 의하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배주주와 비지배주주의 이익을 가진 지분만큼 비례적으로 보호(주비이보)할 책무는 마땅히 이사회와 이사진에게 있다는 의미다.

    검찰은 합병을 앞둔 2015년 4월 하순경까지도 삼성물산 내부적으로 아무런 준비나 검토 없이 추진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 공소장을 통해 2015년 4~5월 삼성물산과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 보호 위해 합병의 사업적 타당성, 합병시점‧합병비율의 적정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 등 충실‧선관의무에 위배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의 전단적 결정에 따라 합병을 실행함으로써 삼성물산과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물산 기업가치가 반영된 적정한 합병대가를 받을 수있는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증대 기회 상실의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적시했다. 

    이와 관련 삼성 측은 이사회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합병의 결정시점과 조건 등을 전체적으로 판단해 적법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증인으로 출석한 정 모씨는 검찰 조사에서 2015년 6월 11일 삼성물산 미팅에서 합병비율 검토보고서 자료를 요청했지만, 삼성물산이 즉답을 하지 않고 나중에 제공하겠다고 진술했다. 합병 비율의 공정성에 명확한 근거로 활용하기 위해서 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국민연금에서 작성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진행보고서를 증거로 제시하며 자료 목록이 미팅 과정에서 작성된 것인지 이전에 작성된 것인지 불명확하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파일 작성 시간이 미팅 이전이라며 삼성물산이 언급하거나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목록이 작성된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에서 미리 정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변호인단은 기업 합병에서 합병비율 검토보고서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뿐더러 국민연금이 보고서 존재 여부도 이사회가 열리고 한참 후에야 알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상장사 간 합병비율은 일정 기간 주가 평균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합병 과정에서 합병비율 적정성 검토 보고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변호인단은 "합병 이사회 결의 후 첫 미팅인 6월 11일에도 합병비율 검토보고서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2주가 지난 25일 회의 자리에서도 보고서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 있는 상장사 가운데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를 요청한 곳도 삼성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2015년 (주)SK와 SK C&C 합병에서도 국민연금은 회계법인 평가보고서 같은 걸 따져봤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며 "국내 합병 시장은 계열사간 합병이 대부분이지만 국민연금이 선관의무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찾기 힘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