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 실무작업 금감원 직원 문 모씨 증인 출석"혼자서 회계 조사 등 진행… 감리 입장에 제 의견 반영"문제 없다던 회계 처리… 김기식 전 원장 취임 이후 갑자기 변경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판단한 금융당국 결정에 대한 신뢰 및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8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40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분식 회계 의혹이 다뤄졌다. 앞서 재판부는 매주 목요일 진행하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혹 재판에서 외부회계감사법 위반 혐의 내용을 떼어내 삼정회계법인 재판과 병합했다. 이에 지난달 18일부터 매 3주마다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분식 회계 의혹은 삼성바이오가 신약개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연결)회사에서 관계회사(지분법)로 바꾸는 과정에서 회계기준을 위반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2년 미국의 바이오젠(Biogen Therapeutics Inc)과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이후 삼성바이오는 2015년 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 회계기준을 변경했다. 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꿨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이유였다. 바이오젠은 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50% -1주’까지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2900억원이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장부가격도 4조8000억원대로 변경됐는데 검찰은 기업가치를 과대평가해 회계처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갑자기 지분가치 평가 방식을 장부가액에서 시장가액으로 변경한 것이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이번 재판에서는 금융감독원 직원 문 모씨가 출석했다. 문 모씨는 지난 2016년 12월부터 금감원 회계조사국에서 근무하면서 기업들의 회계 감리 업무를 담당했다. 금감원이 실시하는 회계 감리란 사업보고서 제출대상 법인 등의 감사보고서, 재무제표에 대한 심사를 통해 회계위반 혐의를 받는 기업과 회계법인에 대해 제재, 징계하는 업무를 말한다. 

    특히 문 모씨는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와 관련 조사 및 보고서 작성 등 실무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삼성바이오에 대한 금감원의 감리 과정 및 결과와 관련 객관성 및 신뢰성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집중 추궁했다. 삼성바이오의 회계 문제는 다양한 사안은 물론 국제회계기준(IFRS)에 대한 해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복잡한 사안이다. 다수의 회계·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지금까지 의견이 갈리고 있다. 

    문 모씨는 '실무자로서 1차 감리(2018년 5월) 담당했는데 금감원 담당자 몇분이나 참여했냐'는 변호인단 질문에 "조사 및 문답은 95% 이상 제가 했고 보고서 초안도 작성했다"며 "검토 의견 주시는거는 여러분이 했다"고 했다. 

    이어 '감리 입장은 증인의 의견이 제일 반영된건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면서도 "감리 보고서 초안 단계 작성이라 중요한 업무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변호인단은 금융감독원의 모순적인 판단을 지적했다. 1차 감리 당시 단독 지배가 맞다는 전제로 2015년 회계 처리 변경만 문제 삼았던 금감원이 2차 감리 땐 돌연 2012~2014년 단독 지배가 회계 처리 위반이고 공동 지배로 회계 처리를 했어야 했다고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문 모씨는 변호인단이 '1차 감리 당시에 회사의 바이오젠과 이면계약 있었는지 회사 조사하고 질문하고 자료제출을 요구했냐'고 묻자 "그런 요청 한 적 없다"고 했다. 

    또한 "2차 감리에서도 하지 않았다"며 "증선위에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단독인지 공동 지배인지 다시 조사하라해서 재감리에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변호인단은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발언을 제시하며 2차 감리가 진행된 배경을 따져 물었다. 김기식 전 원장은 지난 2020년 라디오 방송 및 SNS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건, 1년여 끌어온 것을 일주일 만에 결론을 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에서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결재받거나 의사를 밝힌적 없냐"며 "이 안건에 본인 의사를 피력하지 않았다면 언론과의 인터뷰, SNS에 취임한지 일주일만에 1년 끌던거 결정했다고 의견 밝히지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문 모씨는 "결재할 일이 없고 제가 원장께 보고한 바 없다"며 "개인적으로는 제가 감리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김기식 원장이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지시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