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진정국면, 이커머스업계 상장준비인플레이션 장기화에 금리인상 이슈로 증시는 '불안'IPO 조건 투자 약정으로 인해 기한 내 상장 필수
  • ▲ 쿠팡이 상장하던 지난해 미국 뉴욕거래소의 모습.ⓒ쿠팡
    ▲ 쿠팡이 상장하던 지난해 미국 뉴욕거래소의 모습.ⓒ쿠팡
    올해 유통업계 최대 이슈는 이커머스 업계의 연이은 기업공개(IPO)가 될 전망이다. 주요 이커머스 사업자가 저마다 IPO를 추진하고 나서면서 '성공' 여부에 촉각이 모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흥행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특수가 끝나가고 글로벌 인플레이션도 가시화되는 탓이다. 그럼에도 이커머스 업계가 IPO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그동안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IPO를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점이 가장 크다.

    25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내년까지 예정된 IPO는 적지 않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가 이미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IPO절차에 착수했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도 지난해 10월 상장주간사를 선정하고 올해를 목표로 IPO를 추진 중이다. 

    이 외에도 SK그룹의 11번가가 상장주관사 선정을 위한 국내외 증권사에 입찰제한요청서(RFP)를 발송하면서 내년 IPO를 예정하고 있는 상황.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도 올해 상장 절차를 추진 중이다. 

    문제는 이들이 IPO에 나서는 시점의 시장 상황이 그닥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코로나19 완화에 따른 일상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이커머스 시장의 폭발적 성장폭도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고 전세계적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에 글로벌 금리인상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른 소비침체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해 미국에 상장한 쿠팡의 시총은 한때 100조원을 넘겼지만 이날 현재 30조원에 불과하다. 쿠팡의 이날 현재 주가는 14.07달러로 공모가 35달러를 크게 밑도는 상황. 이커머스 업계의 잔치가 끝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상장에 나서는 배경에는 투자자 유치 과정에서 체결한 조건이 있다. 이커머스 업계는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해외 펀드 및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IPO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투자금을 모두 뱉어내거나 소유주식 전부를 최대주주가 책임 인수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최대주주의 지분과 함께 동반 매각을 해야 하는 조건도 있다. 과거 호텔롯데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상장을 연기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실제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및 사모펀드를 통해 4500억원을 투자 받는 과정에서 상장하거나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대주주인 SK지분까지 묶어 팔 수 있는 드래그 얼롱(동반매도청구권) 조건을 달았다. 기한은 3~5년으로 늦어도 내년까지 IPO를 추진하지 못하면 11번가를 매물로 내놔야 한다.

    SSG닷컴도 지난 2018년 해외 사모펀드로부터 투자금 1조원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2023년까지 SSG닷컴의 총매출이 요건 또는 IPO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최대주주인 이마트, 신세계가 투자자 주식 전량을 인수하는 매수청구권을 계약 조건으로 내걸었다.

    컬리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어떤 약정을 맺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지분 상당부분이 외국계 재무적투자자라는 점에서 상장을 통한 차익실현을 기대하고 있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원활한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IPO를 조건으로 거는 것은 드물지 않은 사례”라면서 “막대한 투자금 유치를 통해 적자를 불사하고 매출을 키워온 이커머스 업계가 IPO 과정에서 어떤 계산서를 받게 될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