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이어왔지만... '위기론' 잇따라준비해 둔 먹거리 '소진' 눈 앞... 새 동력 확보 절실임직원들 마저 '자성' 목소리... 조용한 삼성 행보에 의문총수 추진력 관건 대규모 M&A '실기'... 이 부회장 사면론 '부상'
  • ▲ 평택 파운드리 팹 준공 상황을 둘러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 평택 파운드리 팹 준공 상황을 둘러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역대급 실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데도 내부적으론 위기감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사법 이슈에 시달리는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상황이 벌써 6년째 이어지면서 짐작만 했었던 사업적 우려들이 속속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특히 한국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반도체 산업에서 삼성의 위기는 저연차 직원들까지도 우려하는 수준에 왔다.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을 세운게 무색할 정도로 미래 반도체 산업을 대비하는데 삼성의 손과 발이 꽁꽁 묶여있어 이재용 리더십에 대한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삼성은 지난 28일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보여줬다. 연결 기준 지난 1분기 매출액은 78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사상 최대치였고 영업이익도 지난 2018년 반도체 슈퍼호황 이후 두번째로 높은 14조 1200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역대급 실적 경신 릴레이를 펼쳤다. 지난해 3분기 매출은 74조 원대, 4분기에는 76조 원대를 기록하더니 올 1분기엔 이 기록들을 재차 깨고 77조 원 후반대로 올라섰다.

    시계를 6년 전인 지난 2017년으로 돌려보면 삼성전자의 성장은 더 드라마틱하다. 2017년엔 분기 매출 60조 원대를 굳히고 연간 기준으론 200조 원대 매출과 50조 원대 영업이익 시대를 열었다. 반도체 슈퍼 호황을 거쳐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위기를 겪는가 했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이 전화위복이 되면서 지난해엔 영업이익 50조 원대로 다시 올라섰다. 올해는 1분기부터 역대급 실적을 나타내면서 연간 기준으로는 300조 원 매출과 60조 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300·60 클럽' 입성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실적 수치는 삼성의 고공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데도 동시에 대내외적으론 삼성의 위기가 이미 진행 중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 6년 간은 앞선 시대에 마련해놓은 먹거리로 승승장구했지만 이제는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게 최근 시장과 업계의 시각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6년이라는 시간은 삼성에 이재용 부회장이라는 총수의 부재 상황이었다. 단순히 부재한 상황이 아니라 한 기업은 물론이고 반도체 산업을 대표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 6년동안이나 사법 이슈로 몸살을 앓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4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6년 동안 125회 이상의 재판에 참석하는데 시간을 썼다. 여기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서까지 재판을 받고 있어 앞으로도 길게는 4~5년 가량 법정 공방에 시간을 쏟아야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근엔 이 같은 삼성의 위기에 대해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이에서 목도하고 있는 임직원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주목된다. 회사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저연차 직원들까지도 글로벌 1등 자부심이 강했던 반도체 사업이나 스마트폰 사업의 현황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질책을 서슴지 않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심지어 경영진들과의 대화 자리에서도 이 같은 회사 상황에 대해 해명을 원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갤럭시S22 시리즈의 '게임옵티마이징시스템(GOS)' 논란이 있던 당시엔 노태문 사장이 직접 직원들에게 사과의 표현을 전하기도 했을 정도로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이미 위기감은 현실이 됐다.

    반도체업계나 시장에서도 '정중동' 자세를 고수하고 있는 삼성의 최근 모습에 의문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삼성이 이처럼 자세를 낮추고 있는 지난 6년 동안 글로벌 반도체 시장엔 합종연횡이 거듭됐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들어서는 이른바 반도체 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각 국가별로도 반도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데 적극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이처럼 반도체 시장에서 가능성 있는 기업을 육성하거나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곳이 바로 삼성이라는 것이다. 삼성은 글로벌 메모리 1등 기업인 동시에 종합 반도체 기업(IDM)으로 다양한 반도체 분야에서 될 성 부른 기업에 투자를 이어왔고 꾸준히 M&A 대상을 물색해왔다.

    하지만 지난 6년 동안 M&A와 같은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기엔 최고의사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의 부재라는 문제가 구조적으로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실제 M&A를 위한 탐색과정이나 실무, 계약 추진까지는 기존의 프로세스대로 충분히 추진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정적인 딜 추진력은 결국 총수의 의지에서 비롯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이 이미 지난 6년 동안 중요한 도약을 앞두고 실기(失期)했다는 쓴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나마 미국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내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유치하고 싶어하는 의지 때문에 삼성이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섰지만 이에 앞서 선제적으로 파운드리 투자에 나서지 못한 결과를 대만 TSMC와의 경쟁에서 실감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뼈 아프다.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리더인 삼성전자가 이처럼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을 이어가면서 이 부회장 사면론에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25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이 부회장을 포함한 기업인의 사면복권을 청원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국민들의 상당수도 이 부회장 사면에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