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0.5%p씩 계속 올린다현재 격차 0.5%p 불과… 7월 역전 전망외국인 자금유출, 환율·물가 상승 압박
  • ▲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총재가 기자단 상견례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데일리 DB
    ▲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총재가 기자단 상견례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데일리 DB
    미국의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우리 통화당국의 대응도 발빨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연말까지 3~4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데, 단기간 한미 금리 역전 현상도 벌어질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상했다. 이에 따라 연준 기준금리는 0.25~0.50%에서 0.75~1.00%로 상향됐다. 한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은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이다.

    연준의 빅스텝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3월 CPI)는 전년동기 대비 8.5% 상승하면서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식품,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급등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장기화될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 안정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했다.

    연준의 빅스텝은 한차례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파월 의장은 "향후 몇 차례 0.5%p 인상이 테이블 위에 올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6월과 7월 FOMC에서 연이은 빅스텝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추가 인상 시그널에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압박은 더 강해졌다. 지난해 8월부터 4차례에 걸쳐 1%p 인상했지만, 연준의 빅스텝으로 현재 금리차는 0.5%p로 축소됐다.

    6월과 7월 FOMC에서 2차례 빅스텝이 단행되면 미국 기준금리 상단은 2%까지 오른다. 한은이 이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0.25%p 인상을 단행한다 해도 7월이면 금리 역전이 가능하다. 골드만 삭스는 내년 2분기까지 미국 기준금리는 3.00~3.25%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한국에 투자한 외국 자본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달러 강세로 요동치는 환율 시장도 우려된다. 때문에 한은이 올해 남은 5차례의 금통위 회의에서 최대 4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JP모건은 올 연말 한국 기준금리를 2.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파월 의장은 한번에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에 대해서는 "적극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CNBC가 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의 내년 3분기 기준금리 전망치는 3.08%로 직전 조사대비 0.72%p 올랐다. 물가 상승률을 연준 목표인 2%까지 낮추려면 강도 높은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의 자이언스텝 가능성 일축 발언이 알려진 4일 나스닥은 3.19% 급등했지만, 다음날인 5일 지나치게 낙관적인 발언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4.99% 주저앉았다.

    한은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FOMC 회의결과 발표 직후 열린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파월 의장의 발언을 다소 비둘기파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급격한 금리인상을 시사하진 않았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에 휘둘리기 보다는 우리 경제 성장률 제고도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에 대해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를 것으로 보여 양국간 금리 격차가 줄거나 역전될 수 있는 가능성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금리가 역전되면 자본 유출이 심해질 것이라는 걱정이 많은데 경제 전체의 펀더멘털 변화 등 여러 변수가 있어 금방 일어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