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특수 끝…엔데믹으로 성장세 급제동지난해 부진한 실적 기록 토종 OTT 악재 잇따라글로벌 진출 위한 IP 확보 등 대응책 마련 절실
  • OTT 업계가 엔데믹을 앞두고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넷플릭스마저 11년 만에 유료 가입자가 감소하면서 업계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창 성장 중인 토종 OTT에 있어 시장의 침체는 악재다. 특히, 콘텐츠 투자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시장 침체로 이용자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 2위를 지키고 있는 웨이브는 지난해 매출 2301억 원, 영업손실 558억 원을 기록했고 티빙은 지난해 매출 1315억 원, 영업손실 762억 원을 기록했다. 왓챠 역시 지난해 매출 708억 원, 영업손실 248억 원을 기록하는 등 토종 OTT 대부분의 손실 폭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토종 OTT의 부진한 실적의 원인으로 막대한 콘텐츠 투자 비용을 언급한다. 웨이브는 2025년까지 콘텐츠에 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티빙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2023년까지 4000억 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막대한 금액이 투자되는 만큼, 한동안 영업이익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부진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입자를 확대하거나 요금을 인상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한 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넷플릭스·웨이브·티빙·쿠팡플레이·디즈니플러스·시즌·왓챠 등 국내 7대 OTT 월 실사용자(MAU·안드로이드 기준)는 총 1986만 명으로 지난해 11월과 비교했을 때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이미 국내 가입자가 늘어날 대로 늘어난 상황인 만큼, 더 이상 플러스섬이 아닌 이용자를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가입자 확대를 통한 실적 개선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금 인상 카드는 가입자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에 꺼내 들기 어렵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올해 초 북미 지역에서 요금 인상을 진행했고 이로 인해 가입자 수가 64만 명 감소했다.

    갈수록 심화되는 글로벌 OTT의 공세도 부담이다. 이미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이 진출해 격전지가 된 상황에서 파라마운트플러스와 HBO 맥스 등 신규 OTT가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다.

    토종 OTT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글로벌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웨이브의 경우 효율적인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현지화 비용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콘텐츠 전용 한국어 음성인식기 ▲장르별 문맥 기반 기계 번역기 ▲클라우드 자막 편집 등 서비스 모델과 도구 개발에 착수했다. 이를 기반으로 동남아를 거쳐 미국과 유럽 시장에 순차적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티빙은 올해 일본과 대만을 시작으로 향후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모회사인 CJ ENM이 파라마운트와 전방위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티빙 내 전용관을 만드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한 것 역시 해외 진출 전략 일환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밖에도 왓챠가 국내 OTT 중 가장 먼저 일본 시장에 진출한 이후 해당 시장에서 획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자체적인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됐을 때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과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로 인해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OTT 콘텐츠 세제 지원이나 자율등급제 등의 정책 도입이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OTT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만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 정부의 진흥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