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DB에 지주사 전환 심사결과 통보DB하이텍 지분 12.42%에 불과… 지분 확대 필요"2년 유예 기간 충분… DB하이텍 매각 고려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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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B그룹이 오는 6월 지주사 지정을 앞두고 DB하이텍 처리를 어떤 식으로 나설 것인지 주목된다. 매년 성장세를 보이는 알짜 계열사이고, 김준기 명예회장이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매각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 11일 DB그룹에 지주회사 전환 기준을 충족한다는 심사결과를 통보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금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회사는 지주회사로 전환된다. 

    DB는 오는 6월 지주사 대상으로 지정되고, 내년 1월부터 지주회사로 전환될 예정이다.

    지주회사는 DB그룹 비금융 계열사의 지배 역할을 하는 DB아이엔씨(DB Inc.)가 맡는다. 그룹이 소유한 ▲DB하이텍(12.42%) ▲DB월드(33.97%) ▲DB에프아이에스(100%) 등 3곳은 자회사가 됐다. DB하이텍이 각각 26.94%, 49.71%를 보유한 DB메탈과 동부철구는 손자회사로 인정받았다. 

    다만 공정거래법에 따라 DB아이엔씨는 2년 이내에 상장 자회사 보유지분을 30%이상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현재 DB하이텍 지분이 12.42%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15.58%, 약 780만주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전날 종가 주당 6만8000원인점을 감안하면 5307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분 확보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15.58%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DB아이엔씨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지난해 말 기준 1년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유동자산은 845억원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현금성 자산은 167억원 수준이다. 영업이익도 234억원에 그쳤다. DB아이엔씨 영업이익 대부분이 브랜드 사용료인 만큼 급격하게 늘어나기는 어려운 구조다. 즉, 지분 매입을 위해서는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말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DB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포기하거나 DB하이텍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 경우 오히려 DB아이엔씨로 대규모 매각 자금이 흘러 들어올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DB그룹 입장에서 알짜회사인 DB하이텍을 굳이 팔 이유는 없다. DB그룹 측 또한 매각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매출액 1조2147억원, 영업이익 3991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29.8%, 66.8%개선된 수치다. 같은기간 순이익도 90.9%늘어난 3168억원을 달성했다. DB하이텍의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대를 유지하던 영업이익률도 32.9%로 치솟았다. 코로나19로 억눌린 수요가 폭발하는 펜트업 효과에 힘입어 전력칩, 이미지센서 등 8인치 시스템 반도체가 각광받으면서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상징성도 있다. DB하이텍은 한때 부채만 2조원대였던 부실기업이었지만 현재는 세계 10위권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올라섰다. 창업주 김준기 명예회장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애정과 의지 덕분이다. 그는 과거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등 주력 제조계열사를 떠나보내면서도 사재 3500억원을 출연하는 등 DB하이텍만은 지켜왔다. 현재 그는 DB하이텍 미등기임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 같은 계열사를 파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DB하이텍을 분할, 지주사 DB Inc.와 합병해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기업들이 많이 택하는 방식이다. DB하이텍은 반도체 호황인만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명분은 확실하다. 이에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를 분리, DB Inc.와 투자회사를 합치는 경우 DB하이텍의 지분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관건은 주총을 통해 소액주주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일이다. DB하이텍의 소액주주 비중은 49%로 높은 편이다. 이 밖에 DB하이텍의 전환사채 등을 발행하는 것도 지분확보를 위한 한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DB그룹 관계자는 “유예기간이 2년이나 되기 때문에 충분히 대처해 나갈 수 있으며, DB하이텍 매각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