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악화에 브로커리지 부진…IB·트레이딩 수익으로 만회IB 수익 역대 최대…M&A 및 금융자문 수수료 큰 폭 개선2분기도 양호한 실적 전망…“포트폴리오 분산 효과 긍정적”
  • ▲ ⓒ한국투자증권
    ▲ ⓒ한국투자증권
    올해 1분기 한국투자증권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비우호적인 증시 환경 탓에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은 감소했으나 기업금융(IB)과 트레이딩 부문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대다수 전문가는 증권업계의 위기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해 실적 방어에 성공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1.7% 감소한 274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88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1.9% 줄었다. 순이익과 영업이익 모두 메리츠증권에 이어 증권업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회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6.6%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모회사 한국금융지주 측은 “시장 침체 및 거래대금 감소에 따라 브로커리지 손익이 전년보다 감소했으나, IB 부문에서 우수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의 올 1분기 순영업수익은 5667억원으로 전년(6950억원) 대비 18.5% 감소했다. 이 가운데 브로커리지 수익은 75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2.2% 감소했으나, IB 수익은 20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 증가했다. 

    IB 부문 수익은 인수 및 주선 수수료를 제외한 모든 부문이 올랐다. ▲IB 관련 이자 240억원(+106.9%) ▲기타 수수료 137억원(+23.4%) ▲채무보증·매입약정 수수료 298억원(+4.9%) ▲인수합병(M&A) 및 금융자문수수료 1239억원(+20.2%) 등이 일제히 증가하며 역대 최대 IB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들어 기업공개(IPO)와 M&A,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상증자 등 다양한 IB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회사는 올해 유일로보틱스, 지투파워, 인카금융서비스, 대명에너지 등의 IPO 주관을 맡았다. 또 토니모리, 두산중공업, 경남제약, 삼성바이오로직스, 신한알파리츠 등의 유상증자 주관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 ▲ ⓒ한국투자금융지주 1분기 실적분석보고서
    ▲ ⓒ한국투자금융지주 1분기 실적분석보고서
    IB 수익과 더불어 운용(트레이딩) 부문의 실적 또한 예상보다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의 1분기 운용 부문 수익은 145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4.2% 감소했으나, 전 분기보다는 816% 급증했다. 적극적인 잔존 만기(듀레이션) 관리와 발행어음 잔고 증가 등을 통해 증시 변동성 확대, 금리 상승의 부담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상장 증권사들의 이익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결과”라며 “수익 포트폴리오가 분산돼있는 것이 증시 거래대금 급감기에 실적을 잘 지킨 이유”라고 분석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 또한 “차별화된 IB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문수수료 증가와 함께  IB 수수료수익이 추정치를 웃돌았다”라며 “대출금 증가와 함께 증권 이자손익 또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시현했다”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이는 업계 전반적으로 대출금 감소와 함께 이자손익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라며 “타사와 달리 증시 부진과 금리 급등에도 운용 성과는 우려보다 양호했다”라고 덧붙였다.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대다수 증권사의 2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실적 방어에 성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집계한 한국금융투자의 모회사 한국금융지주는 올해 2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289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타 증권사 2분기 예상 실적과 비교했을 때 양호한 수준이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29.8% 감소한 2503억원의 2분기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NH투자증권(1950억원)과 삼성증권(1775억원), 키움증권(1758억원) 역시 순이익이 각각 27.1%, 32.9%, 20.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도 1분기에 이어 양호한 실적 흐름을 기대한다”라며 “시장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던 1분기에 뛰어난 리스크 관리 역량을 증명했고, 타사 대비 높은 IB 규모와 순익 내 비중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윤 연구원은 “경기 둔화 우려와 높은 금리 수준은 부담 요인이지만, 대형 증권사로서 실적 방어력이 오히려 돋보일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