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권 설정 허점질권설정 의무화시 집주인과 협상력 떨어져주금공 "사기대출 방지 위해 실거주 체크, 손배소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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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을 위해 선보인 청년 전세대출 악용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임대인에게 반환의무가 없는 ‘무질권 설정’이 가능하다는 틈을 파고든 것이다.

    질권설정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지만 되레 청년들이 집을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등 주거복지를 위한 대출이 위축될 수 있어 당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당국, 금융권은 청년 전세대출이 자칫 ‘눈먼 돈’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라는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선뜻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 전세대출은 계약 해지시 임대인이 은행에 전세금을 반환해야 하는 이른바 ‘질권 설정’ 의무가 없어 일부 세입자들이 전세대출금을 가로채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해당 대출이 무질권 설정이 가능하다는 제도상 맹점을 이용해 목적과 다르게 자금을 유용하는 모럴헤저드가 일어나는 것이다.

    일반적인 전세대출은 질권설정을 통해 은행이 전세대금을 집주인에게 바로 입금하고 계약이 끝나면 임대인으로부터 돌려받아 자금이 악용되는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청년 전세대출에 질권설정을 의무화할 경우 자칫 대출이 위축돼 정책효과를 반감시킬 우려가 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질권 설정은 보증과 설정과정이 번거로워 집주인이 거부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정책 전세대출시 질권설정을 의무화할 경우 청년들이 전셋집을 구할 때 집주인과의 협상력이 떨어져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가 청년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저소득자라도 신용도가 좋으면 저리로 대출을 공급한다는 정책적 취지를 반감시킬 수 있다”며 “이는 ‘주거안정이냐, 사기대출 방지냐’라는 가치가 상충하는 문제로 해법을 마련하기 난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책자금이 ‘눈먼 돈’으로 전락하는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청년 전세대출 같은 정책자금은 주로 정부가 출연한 기금 등에 보증을 붙여 은행권을 통해 공급하는 ‘정부-보증기관-은행’으로 이어지는 방식을 취한다.

    사기대출이 발생할 경우 보증기관(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기금 등)은 은행에 대위변제(피해액을 대신 갚음)를 하지만, 범인을 잡아 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 결국 피해액은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보증기관은 사기대출 피해를 막기 위해 우회적인 해결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주금공 관계자는 “질권설정 의무화 대신 전세대출시 세입자의 실거주 상태와 전입 등을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보증받을 때 관련 교육을 강화한 상태”라며 “사후적인 해결책으로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통한 처벌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