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정책 따르지 않는 '앱 삭제' 조치실태조사 돌입 방통위, 6월1일까지 마무리 어려워방통위 "위법행위 확인 시 절차에 따라 시정 조치" 원론적 답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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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이 다음달 1일부터 인앱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을 삭제하겠다고 나섰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아직 이렇다 할 대응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앱 개발사 및 이용자들의 피해가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6월부터 앱 내에서 외부결제용 아웃링크를 제공하는 앱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한다. 이미 지난달부터는 아웃링크를 제공하는 앱의 플레이스토어 업데이트를 금지하고 있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 시행 이후 앱 개발사와 이용자들의 피해는 늘어나고 있다. OTT를 비롯해 웹툰·음원 플랫폼 등이 울며 겨자 먹기로 콘텐츠 요금을 줄줄이 인상했기 때문.

    웨이브와 티빙, 시즌 등의 OTT는 인앱결제 시 약 15%의 요금을 인상했고 음원 플랫폼인 바이브와 플로 역시 14~16%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네이버 웹툰의 경우에는 구글 수수료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업 확대 및 IP 비즈니스 고도화 등을 언급하며 쿠키 가격을 20% 인상했다.

    이에 방통위는 앱 개발사 및 이용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달 17일부터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방통위의 선제적인 대응이 없어 이미 콘텐츠 가격을 인상한 만큼, 미온적이었던 방통위의 자세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방통위 측은 “특정 결제방식 강제 등 신설된 금지행위 유형에 국한하지 않고 기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제한의 부당한 부과 금지를 비롯해 공정 경쟁 저해 및 이용자 이익 침해 행위 전반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 ▲ 왼쪽에서 2번째부터 순서대로 전혜선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시장조사과장,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회 연구위원 ⓒ뉴데일리 김동준 기자
    ▲ 왼쪽에서 2번째부터 순서대로 전혜선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시장조사과장,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회 연구위원 ⓒ뉴데일리 김동준 기자
    실태조사의 경우 구글의 앱 삭제 조치가 시작되는 6월 1일까지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혜선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구글과 애플의 경우 외국사업자라 자료 요청 시 영문으로 번역하고 외국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데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최대한 서두르고 있지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6월 1일은 넘어갈 것 같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실태조사 과정에서 구글의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실태조사 마무리와 상관없이 절차에 따라 시정 조치가 진행될 수 있게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전 과장은 “앱의 삭제는 삭제의 사유나 사전 고지 등의 절차를 따라야 한다”며 “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앱을 삭제한다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앱 마켓 사업자가 앱 마켓에서 모바일 콘텐츠 등을 부당하게 삭제하는 행위)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분이 입증 가능하다면 과징금이나 시정 명령 처분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회 연구위원 역시 “법 위반이 확인되면 구글은 정책을 바꿔 아웃링크를 허용해야 한다”며 “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 시정 명령 조치를 통해 법 위반 상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앱 삭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전 조치를 취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 과장은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앱 삭제 행위가 약관이나 계약 형태에 명시적으로 들어가 있다면 피해 발생이 명확하기 때문에 강제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구글의 앱 삭제 이후 조치에 대해서는 “앱 개발사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우선”이라며 “만약 금지행위 위반 사실이 확인돼 처분하게 된다면 금지행위 중지뿐만 아니라 원인이 되는 위법사항을 원상회복하는 조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조치를 고려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특정한 위반 행위가 발생했을 때 행정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지만 이 사안은 특별하다. 법 위반 가능성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앱을 삭제하는 과정까지 가지 않아도 위험이 발생한 것과 마찬가지다. 충분히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전문가 자문단에서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이 앱 마켓 사업자의 수익 모델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해당 내용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위헌 소지가 없는 것으로 검토가 됐다”며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수수료 수익뿐만 아니라 광고에서도 많은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으며, 기준에 맞춰 시행령과 고시를 만들었기 때문에 법률 자체 위헌 소지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 과장은 “방통위는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하는 입장이며, 현행법에서 수수료를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부분은 없다”면서도 “다만, 불합리한 수수료 부과로 인한 특정 결제방식 여부가 핵심적인 사항이라고 판단한다. 이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에 원스토어가 수수료 인하를 발표한 만큼, 앱 마켓 시장 경쟁이 활성화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