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여야 최종 담판… 朴의장 "토요일도 처리 가능"전문가들 "세수추계 불확실… 성장률 저하·금리인상""세수추계 근거 공개해야"… 秋 "보수적으로 추계"
  • ▲ 추경.ⓒ연합뉴스
    ▲ 추경.ⓒ연합뉴스
    27일 여야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위한 막판 줄다리기를 할 예정이다. 6·1 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추경안 처리가 불발하면 소상공인 손실보상에 뒷짐을 졌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극적인 타결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일각에선 추경안 처리 이후 후폭풍을 우려한다. 정부의 세수추계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으로, 하반기 경제 상황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칫 윤석열 정부에서 터부시하는 나랏빚을 추가로 내야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야는 이날 국민의힘 권성동·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만나 2차 추경 관련 최종 담판을 벌이기로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강원도 원주문화원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라며 "이번 추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추경이다. 민주당도 적극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부는 상당한 접근을 이뤘다"고 했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 의장은 기자들에게 "(증액) 비용을 우리가 100% 관철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며 "다만 정부가 민주당 안에 대해 성의 표시조차 하지 않는 점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6·1 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추경 처리 불발에 대한 후폭풍을 고려할 때 양당 지도부가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앞서 권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토요일(28일) 처리도 가능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장은 27일 오후 퇴임식을 할 예정이지만, 이와 별개로 추경안 처리를 위해 28일에도 회의를 열 수 있다고 멍석을 깔아준 셈이다.
  • ▲ 세금.ⓒ연합뉴스
    ▲ 세금.ⓒ연합뉴스
    그러나 경제·재정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추경이 통과해도 뒷감당이 걱정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일부 전문가는 여전히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 상황에서 추경 자체에 부정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추경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든다"면서 "재정이 팽창 상태이고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 압력마저 커진 상황에서 대규모 돈 풀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과 관련해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재정당국의 초과세수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만큼 초과세수 추계에 의존하지 말고 (뼈를 깎는) 지출구조조정만으로 (일단 손실보상을) 추진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플레 상황에서 (추경 돈 풀기는) 고물가와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을 부채질할 뿐"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볼 때) 소상공인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우려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규모 추경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거란 우려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할 순 없다. 0.1%포인트(p)쯤 물가 상승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대부분) 이전 지출이어서 일반 소비보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답했다.

    일부 경제학자는 정부가 이번 추경의 재원이라고 밝힌 초과세수의 추계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집에 금송아지가 몇 마리 들어올 거라고 말하는 것과 실제 있는 것은 큰 차이"라며 "최근 본예산 등 (기재부의 역대급) 세수추계 오류를 보면 53조원 규모의 초과세수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기재부가) 어떤 근거와 가정으로 초과세수를 추계했는지 공개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으나 현재로선 근거 없는 장밋빛 추계라는 생각"이라며 "(많아야) 46조~47조원쯤의 초과세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의 세수분석을 인용한 것이다.
  • ▲ 추경호 부총리.ⓒ연합뉴스
    ▲ 추경호 부총리.ⓒ연합뉴스
    예정처는 지난 16일 발간한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국세수입이 지난해 실적 대비 47조1000억원(13.7%) 증가한 391조2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 추계보다 5조5000억원 적은 수준이다. 예정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과 주요 도시 봉쇄, 국제금리 상승 등 대외여건 악화로 인한 경기 하방 위험, 불확실성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세입 증가세가 예상보다 둔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우 교수는 "(경제)성장률은 낮아지고 금리는 오르는 추세다. 대외변동성이 커져 하반기 세수여건이 쪼그라들 수 있다"면서 "지난해 기업 수출실적이 좋아 법인세가 20조원쯤 더 걷힌다 하더라도 총수입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가령 근로소득세가 더 걷힌다는 얘기는 기업의 비용처리가 늘어난다는 것으로 올해 중간예납에서 법인세가 줄어들 수 있다"며 "세목 사이에는 이런 모순이 적잖다"고 부연했다. 어느 때보다 세수추계의 정교함이 요구되는 데 재정당국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야당의 추경 확대 요구에 선뜻 응할 수 없는 이유로 세수추계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은 초과세수 중 나랏빚을 갚는 데 쓰기로 한 9조원을 소상공인 손실보상 소급적용에 쓰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수추계에 또다시 오류가 있어 국세수입이 예상보다 적게 들어오면 정부로선 이미 추경으로 돈을 써버렸기 때문에 나랏빚을 갚기는커녕 윤석열 정부가 재정건전성 회복을 이유로 꺼리는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지출구조조정으로 재원을 긁어모은 만큼 나랏빚을 내는 것 말고는 딱히 방도가 없는 것이다. 성 교수는 "초과 세수를 실제로 조달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결국 국채 발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추 부총리는 지난 20일 국회 예결특위 종합정책질의에서 '후반기 예상되는 세수가 걷히지 않으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신정훈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나라 살림은 장밋빛 전망으로 세수 추계를 할 수 없어 보수적으로 추계했다"며 "(세수 추계와 관련해) 제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