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안팎 수익률에도 안정성 발목"소비자 선택 폭 넓혀야"이미 20조 이상 운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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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달 12일부터 도입되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이하 디폴트옵션)를 앞두고 저축은행업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저축은행 정기예금도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편입해 달라는 주장이다. 연 3%가 넘는 이자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유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중앙회와 업계 실무진들이 모여 디폴트옵션 도입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상품에 해당되기 위해선 고용노동부 장관 승인 등을 통해 안정성 등이 평가돼야 하는데 아직 그 충족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무진들이 모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노사가 사전 합의한 투자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투자하도록 하는 제도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적용된다. 미국·호주·영국 등 많은 연금 선진국에서는 디폴트옵션이 이미 보편화돼 있다.

    이를 도입하기 위해 올해 1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 개정됐다. 디폴트옵션의 설정과 운영, 가입자의 사전지정운용방법 선정에 대한 내용이 추가됐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100%까지 편입 가능한 운용방법에 디폴트옵션 상품을 추가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동안 국내 퇴직연금 대부분이 물가 상승률 대비 낮은 금리의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돼 은퇴 후 노후 생활에 필요한 자산을 충분히 형성하지 못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저축은행 업계는 이런 도입 취지야말로 저축은행 정기예금을 상품에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한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 퇴직연금 패키지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게 저축은행 정기예금"이라며 "연 3%가 넘는 이자를 제공하는 저축은행 상품을 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저축은행 퇴직연금은 높은 수익률을 앞세워 빠르게 고객을 늘려 나가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2개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수신잔액은 20조9000억원으로 전년(13조4000억원)보다 56%나 늘었다. 2019년말(6조7000억원)보다는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2018년 DC형 퇴직연금과 IRP에 저축은행 예·적금을 포함토록 퇴직연금감독규정을 개정한 데 따른 결과다. 감독규정이 바뀐 이후 퇴직연금을 판매하는 저축은행 수는 2018년 23개사, 2019년 27개사, 2020년 28개사, 2021년 32개사로 증가했다.

    저축은행은 증권사나 시중은행, 자산운용사 등을 통해 자금을 유치하는 형식이다보니 판매관리비를 포함한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퇴직연금이 통상 일반 예·적금보다 오랜 시간 유지하다보니 자금운용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저축은행 퇴직연금 상품 중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3.05%의 금리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이 1년 만기 상품에서도 2% 후반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상품 대다수가 금리가 1% 중 후반대인 점과 비교하면 확연히 높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저축은행 퇴직연금 상품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 높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향후 디폴트옵션이 적용되면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 상품부터 투자형 상품까지 가능해지는 만큼 저축은행 상품도 포함시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