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주력 사업 'IT→전장' 전환 가속전장 MLCC 라인업 확대, 일본 무라타 추격테슬라向 카메라모듈 대규모 수주 등 성장세 지속
  •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삼성전기
    ▲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삼성전기
    삼성전기가 장덕현 사장 취임 후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각광받고 있는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데 이어 전장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라인업을 늘리며 점유율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말 베트남 생산법인에 FC-BGA 생산 설비 및 인프라 구축에 총 8억5100만달러(약 1조137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 2월 베트남에 3211억원, 부산사업장에 3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 삼성전기 대표이사로 선임된 장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 시스템LSI사업부 LSI개발실장, SOC개발실장, 센서사업팀장 등을 역임하며 반도체 개발 전문가로 통한다. 취임 후 첫 행보로 FC-BGA 투자를 공식화하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었다. 

    반도체 패키지기판은 고집적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해 전기적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부품인데, 그 중에서도 FC-BGA는 제조 난도가 가장 높은 고집적 반도체 패키지 기판으로 꼽힌다. 고성능·고밀도 회로 연결이 필요한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 처리장치(GPU)에 주로 적용된다.

    FC-BGA는 서버·네트워크 등 고속 신호처리가 필요한 다양한 응용처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장기적으로 연간 1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모바일· PC용도 고다층·대형화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 오는 2026년까지 FC-BGA 수급 상황이 타이트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향후에도 시장 상황 및 수급현황을 분석해 추가적인 생산능력(CAPA) 증설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기는 올 하반기 국내 최초로 서버용 패키지기판도 양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장 사장은 "반도체의 고성능화 및 AI·클라우드·메타버스 등 확대로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기술력 있는 패키지기판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며 "삼성전기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 사장은 FC-BGA 등 차세대 IT향(向) 제품과 더불어 전장향 제품을 향후 성장 축으로 삼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스마트폰에 집중됐던 MLCC와 카메라모듈도 전장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삼성전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장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주력 사업군을 서버·클라우드와 전장 등 신시장으로 확대해 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MLCC, 반도체기판, 카메라모듈 등 3대 주력 사업군을 기존 IT제품 위주에서 서버·클라우드, 전장 등 두 가지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MLCC의 경우 스마트폰 등 IT 제품 대비 자동차가 공간이 넓어 탑재되는 양이 크게 차이난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MLCC가 800~1200개인 반면 자동차는 6000~1만3000개가량이 탑재된다. 실제 테슬라의 모델3에는 9000개 이상, 모델5에는 1만개 이상의 MLCC가 탑재됐다.

    전장 MLCC 시장은 내연기관 자동차 및 전기차의 효율적인 연료 소비와 모터 제어를 위한 각종 센서와 전자제어장치(ECU) 탑재 수 증가로 연간 9%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전장용 MLCC 인기는 더 높아지고 있다. 전장용 MLCC는 무라타 등 일본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삼성전기도 최근 초소형, 초고용량 MLCC 부문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온·고압·고신뢰성 등 고부가 전장 제품 13종을 개발하는 등 라인업 강화에 나서며 점유율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또 지난해 가동한 중국 천진 MLCC 신공장에서도 내년부터 전장용 수요 증가에 맞춰 본격적으로 물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카메라모듈도 최근 테슬라의 전기차 카메라모듈 수주전에서 수조원대 납품 계약을 따내며 미래 성장축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최근 ADAS 및 자율주행 기술의 고도화로 인해 자동차 1대당 카메라모듈 탑재량이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고화소 제품 위주로 탑재량이 IT용 대비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러한 시장 트렌드에 맞춰 IT용 카메라모듈 기술 횡전개를 통해 차별화 제품을 확대하고, 거래선 다변화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기 측은 "2022년 전장용 카메라모듈 매출은 주요거래선 점유율 확대 등 영향으로 전년 대비 대폭 성장이 전망되며, 향후에도 이러한 매출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