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TV 이어 냉장고까지… 외국기업 경계나서삼성, 3월 2600억 투입 첸나이 컴프레서 공장 건설 결정LG, 노이다·푸네에 공장 운영… 프리미엄 제품까지 라인업 확장
  •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판매하고 있는 에어컨 'Wind Free' 지면 광고 이미지 ⓒ삼성전자뉴스룸
    ▲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판매하고 있는 에어컨 'Wind Free' 지면 광고 이미지 ⓒ삼성전자뉴스룸
    가전업계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 인도가 에어컨에 이어 냉장고 수입에도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긴장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의 국내 생산을 유치하고 로컬 브랜드를 키우겠다는 복안으로 보이는데, 이에 발 맞춰 삼성과 LG도 미리 마련해둔 현지 거점에서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4일 로이터 등 외신과 가전업계에 따르면 인도 정부가 현지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냉장고 수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기존에 냉장고 수입이 자유롭게 이뤄졌던 방식에서 인도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수입을 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가전업체들에게 인도는 최근 공략 1순위로 오른 시장이다. 성장 정체인 글로벌 가전 시장과 달리 인도는 매해 가파른 성장률을 나타내며 비교적 자유롭게 판로가 확보된 시장으로 평가된다. 인도 정부 추산 자국 냉장고 시장 규모는 50억 달러(약 6조 원) 이상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인도 가전시장 전체 규모는 109억 3000만 달러(약 14조 원) 수준이다.

    연중 내내 기온이 높은 인도에선 냉장고를 비롯해 에어컨과 같은 냉매를 쓰는 가전이 필수품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주요 가전 기업들도 현지에서 이 제품군들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냉장고나 에어컨의 필요성은 크지만 아직 보급률이 높지 않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서 인도시장의 매력은 더해진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는 전세계 에어컨 보급률이 30%인데 반해 인도는 불과 4%대의 보급률에 그친다고 밝혔다.

    최근 인도 내에 급속한 도시화와 라이프 스타일 변화로 가전 보급률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인도 정부가 서서히 제동을 가하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2020년 인도 정부는 에어컨에도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한 바 있고 TV 수입에도 한차례 제한을 걸어 글로벌 제조사들이 긴장한 바 있다.

    인도가 이처럼 서서히 가전 수입품에 제재를 가하는데는 점차 늘어나는 자국 내 수요를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현지 로컬 기업을 키워 충당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인도 정부가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하게 되면 로컬기업 볼타스(Voltas)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삼성전자 인도 첸나이 컴프레서 공장 준공 MOU ⓒ삼성전자뉴스룸
    ▲ 삼성전자 인도 첸나이 컴프레서 공장 준공 MOU ⓒ삼성전자뉴스룸
    인도 정부가 가전 수입에 이 같은 제재를 가하기 앞서 삼성과 LG는 현지 생산 체제를 미리 구축해뒀다. 삼성은 지난 3월 인도에 첫 냉장고 컴프레서 공장을 세우기로 하며 공장이 설립되는 첸나이 지역에 약 26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도 정부가 점차 커지는 국내 수요를 감안해 외국기업에 서서히 제재를 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발 빠르게 현지 생산 체제를 위한 바탕 마련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다.

    삼성은 이 외에도 이미 수도인 뉴델리 인근 스리페룸부두르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TV 등 주요 가전을 생산해 현지 수요는 물론이고 인근 지역 수출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인도시장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높게 점친 삼성의 선구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LG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와 푸네에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주요 가전을 두루 생산하고 있다. LG도 현지화 제품을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 현재는 프리미엄 가전까지 라인업을 확대해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