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위기 공감한 산업부… 세제 지원 망설이는 기재부산업부, 국가첨단전략기술 포함 방안 긍정적 검토조특법 주무부처 기재부는 디스플레이 추가에 부정적
  • (자료사진) LG전자 올레드 TV 생산라인. ⓒLG전자
    ▲ (자료사진) LG전자 올레드 TV 생산라인. ⓒLG전자
    2000년대부터 줄곧 전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던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LCD 사업을 중국에 내준 가운데 OLED 분야에서도 매서운 추격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세제 지원 등 디스플레이 산업 부양을 위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반응은 아직도 미적지근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 디스플레이 분야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디스플레이 산업 위기감에 공감대를 가지며 이 방안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 초 국회를 통과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는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만 포함되며 디스플레이는 외면받았다. 이에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등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디스플레이 산업도 포함할 것을 꾸준히 요청했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 디스플레이가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요한 사업이라고 인정해주고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산업부가 긍정적인 검토에 들어갔지만, 업계에서는 세액공제가 이뤄져야 디스플레이 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시행된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에는 디스플레이가 빠져 있다. 조특법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산업부와 달리 디스플레이 지원 정책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기재부는 세수 감소 등을 이유로 조특법에 디스플레이를 추가 지정하는 것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기는 2010년대 말부터 꾸준히 제기됐으나 정부가 지원 정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중국에게 추격의 발판을 만들어줬다.

    중국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가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에서 41.5%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한국은 33.2%에 그치며 2위로 밀려났다. 2004년 일본을 제치고 선두에 오른지 17년 만이다.

    LCD 최강자로 군림한 BOE를 필두로 중국 패널업체들은 각종 보조금과 세제 감면 혜택 등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빠르게 성장하며 가격을 앞세운 '치킨게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패널 업체들은 공장 증설 규모부터 다르다"며 "국내 업체들이 수년에 걸쳐 할 수 있는 투자를 단기간 내에 단행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LCD 사업에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던 삼성디스플레이는 결국 이달 초 LCD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삼성이 1991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총괄 산하 'LCD 사업부'를 설립하면서 LCD 사업을 시작한 지 약 30년 만이다.

    LG디스플레이도 LCD 가격 하락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거두면서 국내 TV용 LCD 생산라인을 점진적으로 줄여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TV 시장이 10% 역성장하면서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가격으로 주문이 이뤄지고 있다"며 "시장 대응보다는 국내 경쟁력 없는 생산라인을 점진적 축소하며 리스크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차세대 기술인 OLED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중소형 OLED 점유율은 지난해 17.7%에서 올 2분기 27.4%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점유율은 82.2%에서 72.1%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BOE는 중소형 OLED의 최대 고객사 중 한 곳인 애플 공급망에 본격 합류하면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중소형 OLED 분야에서는 LG디스플레이를 제쳤다. BOE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SID 2022'에서 95인치 OLED 패널을 선보이며 대형 OLED 분야 공략에도 나선 상황이다.

    이에 이동욱 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지난 4월 개최된 '디스플레이 발전전략 협의체'에서 "경쟁국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우리 기업이 앞선 기술에 대한 사업화를 통해 경쟁국과의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며 "민간 부문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확대와 연구개발을 위한 고급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산업과 달리 디스플레이는 미국에서 생산을 하고 있지 않아 정부의 지원 정책이 미미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은 17년 만에 LCD를 뺏긴 마당에 OLED도 위협받고 있다"며 "디스플레이도 국가 경제안보 산업으로 볼 수 있는데, 미국에서 생산이 이뤄지지 않아 정부가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가 디스플레이 지원 정책에 긍정적인 점은 반길 일"이라면서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조세특례법에 디스플레이가 포함돼야 하지만 기재부가 망설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