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연초 이후 유가증권시장서 15조 가까이 순매도전문가 “원·달러 환율 급등 영향…긴축 경계감 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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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1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연이은 매도 공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보유율이 금융위기였던 2009년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실제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올해에만 15조원 가까이 내다 판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지분율은 30.94%로 집계됐다. 이틀 전인 지난 21일에는 외국인 지분율이 30.77%를 기록하며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8월 17일(30.7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초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은 2211조3734억원이었으나 23일 기준 1821조1838억원까지 주저앉았다. 무려 390조1896억원이나 줄어든 셈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액수는 177조4924억원으로, 전체 감소분의 45.5%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코스피 시장 내 외국인 지분율은 36~37%대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외국인의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보유율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14조4020억원을 팔았다. 이 가운데 이달에만 5조1558억원을 매도했다. 올 한해 매도 규모의 약 3분의 1을 6월에 팔아치운 셈이다. 

    외국인이 던진 폭탄 매도에 국내 증시는 연일 연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전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2%(28.40포인트) 하락한 2314.32에 마감, 이틀 연속 연저점을 경신했다. 코스닥지수 또한 714.38포인트까지 떨어지며 연저점을 재차 갈아치웠다.

    외국인 매도세는 특히 반도체 업종에 집중되고 있다. 강력한 긴축 초입에 들어선 글로벌 경제가 향후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전일 5만7400원으로 내려앉으며 2020년 11월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들어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8조원 가까이 순매도한 영향이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보유율은 49.97%로 2016년 4월 이후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계심에 반도체 업황 우려까지 겹치면서 국내 증시가 다른 신흥국에 비해 낙폭이 컸다”라며 “물가 상승이 긴축을 이끌었기 때문에 실제 물가 상승세가 꺾이는 것이 수치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위축된 시장 흐름을 되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는 외국인의 주식 매도 압력을 높이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는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02.8원에 마감,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12년 11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종가 기준 1300원선을 웃돌았다.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 투자할 유인은 더 옅어지고, 국내 주식 매도 압력은 높아진다. 그러면 주식을 팔고 떠나는 행렬이 더 길어지게 되고, 환율은 다시 더 뛰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수 전환이 원·달러 환율의 안정화 전까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특별한 이슈가 등장했다기보다는 긴축 및 물가 부담, 경기 침체 논란 등 기존 불확실성 요인의 무게감 지속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라며 “달러 강세, 미 국채금리 하락으로 위험회피 심리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황지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강력한 긴축 조치를 취할 예정으로, 글로벌 자산의 하락을 단기간에 되돌릴만한 호재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전쟁으로 인해 촉발된 에너지난에 대한 우려와 공급망 문제 완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을 통해 지속적으로 물가가 진정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이어 “글로벌 주요 지수들이 저점을 갱신하고 있어 가격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특별히 반등할 이유도 없다”라며 “벨류에이션과 경제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