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개시 첫날 20% 가까이 하락, '52주 신저가'20년 만에 처음 파운드리 기술 주도권 뺏긴 '타격'美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수요 둔화 원인 목표주가 6%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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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nm, 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하자 기술 주도권을 뺏긴 대만 TSMC 주가가 급락했다. 삼성이 기술로 압박해오는 상황에서 하반기 이후 반도체 시장에도 수요 둔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TSMC의 주가 전망치를 낮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4일 반도체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GAA 공법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개시한다고 발표하자 이날 대만 증권시장(TPE)에서 TSMC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전날 대비 20% 가까이 떨어진 476 대만달러(TWD)로 장을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등의 악재가 많은 가운데 반도체 산업도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삼성이 3나노 공정에 진입했다는 것이 TSMC에 최대 악재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삼성이 본격 생산에 돌입하기 일주일 가량 앞서 예정대로 3나노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계획이 현실화된 지난달 30일부터 TSMC가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TSMC 주가는 이후에도 줄곧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신저가를 기록한 이후 매일 새롭게 신저가 기록을 갈아치웠고 4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주가는 444 대만달러까지 더 낮아졌다.

    삼성에 기술 리더십을 뺏긴데 더해 시장 분위기까지 얼어 붙으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선 TSMC의 향후 주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TSMC가 아니더라도 엔데믹 이후 스마트폰이나 가전 등의 수요 감소와 더불어 반도체 시장에도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라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전망이 전반적으로 어두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가 TSMC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결정적으로 주가에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TSMC의 목표주가를 912대만달러에서 857대만달러로 6% 가량 낮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골드만삭스가 이처럼 TSMC에 대한 전망치를 낮춘데는 결국 앞으로 반도체 시장이 수요 둔화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재고 수준은 안정적인 상태지만 앞으로 수요가 줄면서 TSMC도 신규 칩 생산을 줄이게 될 것이라는 점이 목표주를 낮춘 결정적 이유로 지목된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내년에 TSMC가 생산하는 8인치와 12인치 웨이퍼 가동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TSMC가 내년 8인치 제품은 5%, 12인치 제품은 4% 가량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 수요 감소폭만큼 실적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히려 내년 TSMC의 매출이 13% 가량 성장할 것이고 이익률도 50%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는게 골드만삭스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