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소비자물가 급등…외환위기 이후 24년여만에 최고공업제품 9.3%↑·개인서비스 5.8%↑…생활물가 7.4%↑근원물가도 4.4%↑…공급불안·소비회복·공공물가 동시다발
  • ▲ 유가정보.ⓒ뉴데일리DB
    ▲ 유가정보.ⓒ뉴데일리DB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4년여 만에 6%대로 치솟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본격적으로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외식과 여행 수요도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이달부터 적용된 전기·가스료 추가 인상분은 6월 물가에는 반영되지 않았으나 이후 반영될 예정이어서 서민 부담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 3분기에는 우리 경제가 역성장할 거라는 전망도 나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속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5일 통계청이 내놓은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6.0% 올랐다. IMF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3.2%) 이후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이어오다 올해 3월 들어 4%대로 진입했고 석달 만에 6%대로 치솟았다.

    공업제품, 서비스, 농·축·수산물, 전기·수도·가스가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석유류는 39.6% 오르며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국제유가 상승 추세에 따라 휘발유(31.4%), 경유(50.7%), 자동차용 LPG(29.1%), 등유(72.1%)가 모두 큰 폭으로 뛰었다. 전달과 비교해서도 5.6% 상승했다. 정부가 지난 5월부터 유류세 인하폭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하자 석유류 물가 상승률이 전달보다 0.5%에 그치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차질 심화로 석유류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체감 효과는 '반짝' 효과에 그친 모습이다.

    석유류 가격이 뛰면서 공업제품도 덩달아 9.3% 상승했다. 등락률 기여도를 보면 공업제품은 3.24%포인트(p)로 6월 상승률의 절반 이상(53.6%)을 차지했다. 빵(9.2%)을 비롯한 가공식품(7.9%) 가격도 많이 뛰었다.

    전기·수도·가스도 9.6% 올랐다. 2010년 1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전기료 11.0%, 상수도료 3.7%, 도시가스 11.0%가 각각 올랐다. 지난 4∼5월 전기·가스료가 인상된 영향이다.

    전기료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지난해 4분기(10~12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전분기보다 3.0원 올리면서 반등하기 시작해 9개월째 상승세다. 한전은 올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5원 올렸다. 또한 오는 10월에도 기준연료비를 kWh당 4.9원 올리기로 이미 결정된 상태다. 7월 이후 소비자물가에 추가적인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도시가스료도 앞으로 더 오른다. 정부와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말 '2022년 민수용(가정용) 원료비 정산단가 조정안'을 의결하면서 가스요금 정산단가를 7·10월 2차례 더 올린다고 발표했다. 시기별 정산단가는 7월 1.9원, 10월 2.3원이다.
  • ▲ 물가.ⓒ뉴데일리DB
    ▲ 물가.ⓒ뉴데일리DB
    밥상물가와 밀접한 농·축·수산물은 지난달 4.8% 올랐다. 사료비와 물류비가 오르면서 수입쇠고기(27.2%), 돼지고기(18.6%), 닭고기(20.1%), 포도(31.4%), 배추(35.5%), 수박(22.2%) 등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식탁물가를 자극했던 농·축·수산물은 한동안 상승세가 주춤했으나 다시 들썩이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7.8%, 올해 1월 6.3%로 높은 상승세를 보이다 2월 들어 1.6%, 3월 0.4%로 오름폭이 크게 둔화했으나 4월 1.9% 반등한 뒤 5월 4.2%, 6월 4.8%로 오름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3.9% 상승률을 보인 서비스 부문은 공공서비스(0.7%)보다 개인서비스(5.8%)가 많이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국제항공료(21.4%)와 외래진료비(2.3%)는 오르고 유치원 납입금(-18.6%)과 부동산 중개수수료(-7.7%)는 내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국제항공료가 큰 폭으로 뛰는 모습이다.

    개인서비스는 보험서비스료(14.8%)와 생선회(외식·10.4%), 치킨(11.0%), 공동주택관리비(4.5%)가 올랐다. 반면 병원검사료(-31.3%), 가전제품 렌털비(-5.9%), 자동차보험료(-1.3%), 독서실비(-0.7%)는 내렸다. 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는 8.0% 올랐다. 1992년 10월(8.8%) 이후 29년8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7월(2.5%) 이후 상승세가 뚜렷하다.

    집세(1.9%)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세(2.7%)와 월세(1.0%) 모두 상승했다. 직전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과 맞물려 전세는 지지난해 5월 이후 26개월 연속, 월세는 2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전월세 모두 오름폭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6.1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했다. 2009년 3월(4.5%) 이후 최고 상승 폭이다. 2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5.04로, 지난해보다 3.9% 올랐다. 5월(3.4%)보다 오름폭도 커졌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10.42로, 1년 전보다 7.4% 상승했다. 1998년 11월(10.4%)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식품(7.7%)과 식품 이외(7.2%) 모두 올랐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6.6%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5.4% 올랐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2.7%)와 신선과실(6.5%), 신선채소(6.0%) 모두 상승했다.
  • ▲ 경기 하향.ⓒ연합뉴스
    ▲ 경기 하향.ⓒ연합뉴스
    ◇3분기에 -2.2% 역성장·1년내 경기후퇴 전망도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성장은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투자은행(IB) 노무라는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우리 경제가 올 3분기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앞으로 1년 안에 경기후퇴에 진입할 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노무라는 "세계 경제가 동반 성장 둔화에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가 증가한다"며 "한국은 3분기 성장률이 -2.2%로 떨어져 조기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한국의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주택시장의 붕괴를 촉발하면 경기후퇴가 예상보다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올 4분기부터 5개 분기에 걸쳐 얕지만 긴 경기후퇴를 겪을 것으로 노무라는 예상했다. 유럽은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완전히 차단할 경우 경기후퇴 강도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달 1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p) 금리인상)을 밟은 뒤 이코노미스트 53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44%가 '앞으로 1년 안에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올 1월(18%)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경기 둔화 내지 후퇴는 구조적으로 경제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