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규 제안 '제로'…수행 사업자 선정사업도 지지부진"수익 모델 발굴 등 사업자 유인 방안 모색해야"
  • ▲ 민간투자사업 구간이 일부 포함된 '서울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조감도.ⓒ서울시
    ▲ 민간투자사업 구간이 일부 포함된 '서울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조감도.ⓒ서울시
    한계에 다다른 재정투자의 대안으로 부상한 민간투자사업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 신규 제안은 커녕 목표로 삼았던 착공 시점마저 넘긴 사업이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새로 발주된 사업마저도 일부 공종에 편중되면서 기대를 반감시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이 지난해말 '충북 영동~오창 고속도로'와 '과천~위례 철도(과천위례선)' 건설을 각각 공식 제안후 민간사업자들의 신규 SOC 제안이 사실상 사라졌다. 올들어 국토교통부가 접수한 신규 민자 SOC 건설사업은 '0건'이다. 이는 2020~2021년과 크게 다른 모습이다. 당시만해도 민간사업자들의 SOC 건설사업 제안은 활발했다.

    하반기중 제3자 제안공고 예정인 '대장홍대선(현대건설·동명기술공단 제안)'과 '서울~양주고속도로(포스코건설·서영엔지니어링 제안)'는 2020년 나온 신규사업이다.

    '평촌~(경기)광주고속도로(GS건설·동성엔지니어링 제안)'와 '하남~남양주~포천고속도로(한라·서영엔지니어링 제안)' 등도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다. 이들 도로는 현재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KDI PIMAC)가 주관하는 민자적격성조사 절차를 밟고 있다.

    수도권과 충청권 연결을 목표로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각각 제안한 신규 도로건설사업은 2021년에 최종 제안됐다. 이들 사업을 포함해 현재 민자적격성조사를 기다리고 있는 물량까지 더하면 당시 새롭게 나온 도로·철도건설사업은 10건을 훌쩍 넘는다.

    뿐만아니라 2019년 하반기 이후 최근 3년간 사업자 선정을 완료한 민자방식의 도로·철도사업중 첫 삽을 뜬 곳이 아직 한곳도 없다. '민자 활성화'를 주요 정책 방향으로 내건 정부 방침에 따랐다면 벌써 3건 이상이 첫 삽을 떴어야 했는데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 모습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각각 우선협상대상자 권한을 지닌 '오산~용인 고속도로(국토부 사업)'와 '부산 승학터널(부산시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0년 7월 현대건설 컨소(대우건설·SK에코플랜트·쌍용건설·금광기업·금호건설·유신)를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한 오산용인 고속도로의 착공 예정 시점은 지난해 말이었다.

    2019년 기획재정부와 국토부는 민자사업의 빠른 추진을 돕겠다며 애초 2023년 9월이었던 오산용인 고속도로 착공을 2021년 12월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착공은 커녕 아직 실시협약에도 이르지 못한 상태다.

    2019년말 현대건설컨소(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경동건설·유신·다산컨설턴트)를 우선협상자로 낙점한 승학터널사업도 마찬가지다. 당시 기재부와 국토부는 2023년 1월로 잡혀있던 승학터널 착공 예정 시기를 2021년 12월로 조정했다. 그러나 이 사업도 연내 착공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HDC현대산업개발컨소(GS건설·금광기업·태영건설·두산건설·대우조선해양건설·삼보기술단)가 사업권을 가진 서창~김포고속도로 역시 오리무중이다. 오산용인고속도로와 비슷한 시기에 공사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국토부도 착공 일정에 대해 쉽게 안내하지 못하고 있다.

    A건설 관계자는 "주무관청이 민간사업자와 함께 각종 민원과 노선 변경 요구 등에 대응해야 하는데 부처에서 각종 민원을 민간사업자에 떠넘기고 '알아서 진행하라'는 식"이라며 "지금처럼 늑장을 부리고 소극적인 태도로 임한다면 민자 활성화는 도저히 현실화할 수 없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투자가 교통인프라 투자에 집중돼 있고 사업 추진방식이 BTO·BTL로 한정된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BTO(Build-Transfer-Operate)는 시설 준공과 동시에 해당시설의 소유권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는 방식이다. 사업시행자는 일정기간 시설관리운영권을 인정받게 된다.

    BTL(Build-Transfer-Lease) 역시 시설 준공과 동시에 해당시설의 소유권이 국가 또는 지자체에 귀속된다. 다만 사업시행자에게 일정기간 시설관리운영권을 인정하되 해당시설을 국가 또는 지자체 등이 협약에서 정한기간 빌려 사용하게 된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다양하지 않은데다 관련기관과의 협력체계가 미흡하다 보니 원활한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기재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투자사업 대상시설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도로·철도 등 교통 인프라 구축에 머물지 않고 산업·생활인프라 확충과 노후시설 개량 등으로 사업추진의 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나지 않고 있다. BTO 시장의 경우 환경시설 관련 사업으로 편중되면서 민자시장 활성화를 견인하는데 역부족이었다. 교통 인프라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제3자 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만큼 관심도가 덜하다.

    BTL시장도 애초 2조5000억원 규모의 신규사업이 예고되면서 제2의 전성기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올 상반기시장은 그리 활기를 띠지 못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2~3년후 신규 민자사업이 급감할 것이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B건설 관계자는 "민자 제안사업은 크게 '민간제안→민자적격성조사(전략환경영향평가)→기재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제3자 공고' 절차를 통해 수행 사업자를 선정하는데 민간제안 단계부터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2~3년후 민자시장에는 가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C건설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제때 선정하지 못해 사업이 차일피일 늦어지게 되면 민자사업을 통한 기대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민간사업자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게 바로 정부의 몫이자 역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