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착공-환경평가 착수… 원전 일감 13억원 공급현대건설-대우건설-삼성물산 등 원전 사업 투자 드라이브시공 넘어 원전해체-SMR 등 미래 먹거리에 수출까지 '분주'
  • ▲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2호기. 220522 ⓒ한국수력원자력
    ▲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2호기. 220522 ⓒ한국수력원자력
    새정부의 친원전정책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원전 산업 핵심 원천기술을 보유한 건설사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선진기술을 보유한 외국기업과 손잡고 원전사업의 경쟁력 제고와 시장선점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탈원전 기조로 일감 절벽으로 내몰렸던 원전 생태계가 대대적인 개편과 함께 수출까지 급물살을 탈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오는 2024년까지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원전 일감 규모 확대 등을 보고했다.

    산업부는 우선 지난달 '원전산업 협력업체 지원대책' 발표를 통해 공급을 약속한 원전 일감 925억원 외에 400억원 상당의 추가 일감을 최대한 발굴해 올해 1300억원 규모의 원전예비품, 설비개선, 신한울 3·4호기 설계 일감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통해 정부는 원전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특히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즉시 개시하기 위해 최근 환경부와 관련 실무절차에 착수했으며 2024년부터 본격적인 건설을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4월 작성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서 신한울 3·4호기 착공시점을 2025년 상반기로 제시됐던 점을 보면 1년이나 앞당겨진 셈이다.

    신한울 3·4호기 주계약은 내년 7월까지 최대한 앞당기고 사전제작 일감은 내년초 착수하며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에 필요한 절차도 신속히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원전산업 금융·R&D 지원규모를 연내 1조원 이상까지 확대하고 2025년까지 1조원 이상의 일감을 조기에 공급한다. 또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체코, 폴란드 등을 중심으로 수주 역량을 결집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건설업계들도 글로벌 원전사업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그동안 업계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인해 소극적이었지만 새정부에서 원전 생태계 복원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건설사들은 단순히 대형 원전 시공 사업의 재개를 넘어 국내에서는 생소한 원전해체, 소형모듈원전(SMR)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새 정부의 '원전세일즈' 의지를 반영해 해외원전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적극적인 건설사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원자력 원천 기술 확보를 비롯한 전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글로벌 진출을 가속하기 위한 차세대 원전사업 로드맵 전략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윤영준 대표는 최근 창립 75주년을 맞아 '글로벌 1위 원전 토털솔루션 프로바이더 도약'을 전사 과제로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5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사와 대형원전의 글로벌사업 공동참여를 위한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형 대형 원전사업의 글로벌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웨스팅하우스는 1886년 설립된 세계적인 원자력 회사다. 세계 최초 상업용 가압 경수로형 원전을 시작으로 현재 전세계에 약 210호기를 건설했다.

    아울러 국내 업계가 진출하지 못한 원전해체와 SMR 분야에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원전해체분야는 잠재성이 높은 사업으로 꼽힌다. 현재 전세계 440여 원전중 199기가 영구정지 원전이지만 해체작업을 완료한 원전은 21기뿐이다. 세계 원전 해체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123조원, 2031~2050년에는 204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SMR은 대형원전대비 100분의1인 소형원전이다. 주로 해안가에 짓는 기존 원전과 달리 어디서나 건설할 수 있다. 특히 태양광·수력·풍력보다 효율이 높아 차세대 원전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SMR시장은 2035년 390조~630조원으로 점쳐진다.

    현대건설은 3월 뉴욕의 홀텍사 소유의 인디안포인트 원전해제사업의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기업중 미국 원전해체 사업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홀텍은 미국내 인디안포인트 원전, 오이스터크릭 원전, 필그림 원전 등 해체사업을 벌이고 있다. 원전해제 사업에 직접 참여해 협력을 통한 기술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원전해체후 해당 부지에 SMR을 지을 계획이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해 SMR 글로벌 독점계약을 따낸 바 있다. 올 들어서는 국내 유일 원자력 연료 제조·설계·서비스 및 원전해체 분야 전문기업인 한국원자력연료와도 원전해체 사업 진출을 위해 손잡았다.

    대우건설 역시 원전 종합솔루션 기업으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특히 SMR분야에서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SMART 표준설계인가 획득사업에서 한전이 주관사인 KEPCO컨소시엄에 참여하며 SMR분야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이후 포스코그룹 등과 함께 SMART POWER사 설립을 주도했다.

    대우건설은 원자력 유관시설 및 연구용 원자로 등 신규 건설분야에서 EPC 능력을 갖추고 있다. 원전계속운전을 위한 성능개선사업, 사용후연료소내 중간저장시설, 중·저준위 폐기물처리장, 원전해체에 이르는 전사이클에 대한 경험과 기술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유일의 건설사다. 국내외 SMR분야 참여를 통해 미래 차세대 원전에 대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말 체코 원전사업 입찰에 '팀 코리아'의 일원으로 참여해 해외 원전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와 3파전으로 경쟁하게 될 체코 원전사업은 두코바니 지역에 1000~1200㎿급 원전 1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사업비만 8조원 규모다. 체코정부가 향후 두코바니 등에 최대 3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어 이번 사업을 따낼 경우 추가 수주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물산도 미국 뉴스케일파워사와 글로벌 SMR사업에 뛰어들었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대표는 5월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대표와 만나 '글로벌 SMR사업 공동 진출과 시장 확대'를 위한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국내외 총 10기에 이르는 원전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아이다호에서 진행중인 SMR 프로젝트에 기술과 역량을 공유하기로 했다.

    루마니아 등 동유럽 SMR 프로젝트에서도 공동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은 협력과 함께 뉴스케일파워에 7000만달러 지분투자를 하기도 했다. 뉴스케일파워는 전세계 70여 SMR 모델중 유일하게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 인증을 획득,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A사의 한 관계자는 "이상기후와 탄소중립 등 전세계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새정부의 원전 드라이브까지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이 설계, 시공, 해체까지 원전 토털솔루션시장이 열리게 됐다"며 "주택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원전 사업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원전사업은 국내 원자재 가격 인상과 해외수주 감소에 따른 실적 부진을 만회할 주요 신사업"이라며 "특히 정부차원에서 원전수출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만큼 향후 건설사의 해외수주에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