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반도체 제조시설 520억$ 지원 법안 조만간 투표테일러 20조 투자 나선 삼성, '예의주시'… 착공식도 미뤄독일서 9조 보조금 약속 받은 인텔… 자국에 투자 철회 '엄포'
  • ▲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테일러 신공장 부지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테일러 신공장 부지 전경 ⓒ삼성전자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 유치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지원법(Chip Act)이 지지부진했던 가운데 미 의회가 이번 주 중 다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한 삼성은 공장 착공식도 미루고 초조한 모습이었는데 그 사이 인텔은 독일과 협상에 성공하며 자국 정부에 보조금 지원을 강도높게 압박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18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의회가 오는 8월 여름 휴가로 휴회에 들어가기 전 반도체 산업 육성법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이 법안 관련 첫 투표가 이르면 이번주 19일(현지시간)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런 식으로 법안 처리에 속도가 나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2조 원 가량을 들여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삼성은 한동안 조렸던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이번 법안 처리에서 특히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키로 한 기업들에 총 520억 달러(약 69조 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중점에 두고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도 상황을 보다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새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하고 올 들어선 공장 건설을 위한 시공사 선정을 마치는 등 첫 삽을 뜰 준비를 사실상 마쳤지만 아직 착공식을 치르지 못했다. 기존 예상대로라면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직접 현장에 참석하는 착공식이 열릴 것으로 기대됐지만 일정이 미뤄진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삼성이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지 보조금 문제 등을 확실히 매듭짓기 위해 착공식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라는데 무게를 뒀다. 물론 삼성이 신공장을 짓는 텍사스주 정부, 테일러시 당국과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 지원 등을 이미 약속받은 상태에서 투자를 결정했지만 연방정부 차원의 반도체 산업 육성법 또한 삼성의 미국 투자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만큼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모습이다.

    삼성이 이처럼 미국 정부의 오락가락한 태도를 잠자코 지켜보는 동안 미국 기업인 인텔은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협상에 나기 위한 행보를 보여 비교가 됐다. 인텔 최고경영자(CEO)인 팻 겔싱어는 미국 의회가 반도체 산업 육성법 처리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동안 여러차례 공식 석상에 나서 비판하거나 결론을 촉구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 결정적인 협상 카드를 준비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한창인 가운데 꾸준히 패권 확보 경쟁 기회를 엿보고 있는 유럽지역에 반도체 팹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다. 겔싱어 CEO는 "오는 8월 전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유럽에서 생산을 늘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유럽 가운데도 독일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신설에 인센티브 부여와 세제 혜택 등을 내세우며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인텔은 이 같은 독일의 상황을 적극 활용해 유럽 진출을 꾀하는 동시에 자국인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안이 조속히 시행될 수 있게 자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달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신공장을 건설하게 되면 68억 유로(약 9조 원)의 보조금을 독일 정부로부터 약속받아 협상에 유리한 키를 확실히 손에 쥐었다. 파운드리 분야에 재진출을 선언한 후발주자인 인텔이지만 본격적인 사업 시작 전부터 삼성을 견제하고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기에 좋은 상황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