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설계 담당 브랜드사업부 분사 검토DB "팹리스와 파운드리 역할 분담… 이해충돌 방지"지난 5월 공정위, DB에 지주회사 전환 통보2024년 1월1일까지 지주회사 의무 부담 혹은 지정 조건 벗어야
  • DB하이텍 부천공장 전경ⓒDB하이텍
    ▲ DB하이텍 부천공장 전경ⓒDB하이텍
    DB그룹의 반도체 회사인 DB하이텍이 반도체 설계 사업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과 설계회사(팹리스)를 분리해 각 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DB하이텍 지분 추가 취득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번 분사가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18일 DB하이텍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설계부문 분사에 대해 전문성 강화를 위해 파운드리와 설계를 분사하는 방안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DB그룹 측은 분사를 해도 기업 가치의 훼손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파운드리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가 모두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증권업계는 현재로서는 물적분할을 할지 인적분할을 할지 정해지진 않았으나, 물적분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이슈에 지난주 DB하이텍은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이번 분사는 지배구조 개편의 시작이란 시각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DB그룹에 지주회사로 전환됐다고 통보했다. 지주회사인 DB그룹과 자회사인 DB하이텍, DB월드, DB에프아이에스와 손자회사인 DB메탈, 동부철구 등이 올해 1월부터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기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매년 말을 기준으로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지주비율 50% 요건)인 회사는 지주회사로 전환된다. 2020년말 DB의 자산은 4843억원이었는데, 2021년말에는 6104억원으로 증가했다. 

    DB Inc가 보유한 DB하이텍 지분 12.42%의 가치가 2020년말 2812억원에서 2021년말 4008억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DB하이텍은 지난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진출 20년만에 매출액 1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하며 DB그룹 내 캐시카우를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로 성장했다.

    이에 DB그룹은 2024년 1월 1일까지 공정거래법이 정한 지주회사의 의무를 부담하거나, 지주회사 지정 조건에서 벗어나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DB그룹이 DB하이텍 지분을 추가로 17.6% 이상 확보하는 것은 약 3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DB그룹 재무 여건과 고금리 금융시장 상황으로 외부 차입이 힘들다"고 진단했다.

    이어 "팹리스 부분의 물적분할을 통해 DB하이텍의 가치를 낮추고, 비상장 자회사의 가치를 높여 놓으면 DB가 인수해야할 17%의 지분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대비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분사로 브랜드사업부의 매출이 빠지는 것 역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사업부의 매출 비중이 DB하이텍 전체 매출(1조2000억)의 20%가량으로 크지 않고, 자회사인만큼 실적이 DB하이텍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DB그룹 측은 공정위의 지주회사 전환 통보 이후 공정거래법 준수를 위해 별도의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해당 대책과 이번 분사 구상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