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배팅 환경시설관리 인수…1위 '우뚝'미생물 활용도 높인 MABR 등 신기술 개발
  • 서울 종로구 SK​에코플랜트 수송사옥.ⓒSK​에코플랜트 제공
    ▲ 서울 종로구 SK​에코플랜트 수송사옥.ⓒSK​에코플랜트 제공
    전세계적으로 물 부족 문제가 대두되면서 수처리 사업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친환경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건설사들도 물사업에 주목하며 인프라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사명을 바꾸고 친환경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SK에코플랜트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신기술 연구개발로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수처리 부문 1위 타이틀을 거머쥐는 성과를 냈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수처리시장 규모는 2017년 880조원에서 2020년 940조로 확대됐다. 2025년엔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처리(Water Treatment)는 오수·하수·폐수 등 가정과 공장 등에서 배출된 오염된 물에서 오염물질을 처리해 정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산업화·도시화가 가속화하면서 깨끗한 물의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했다. 이로인해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수처리사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수처리사업을 친환경기업 전환을 위한 포석으로 삼고 전방위적인 투자에 나섰다. 

    첫 단계로 2020년 조직개편을 통해 친환경사업부문을 신설한뒤 약 1조500억원을 들여 국내 종합환경플랫폼기업인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인수, 친환경 수처리사업 진출의 시작을 알렸다.

    1997년 설립된 EMC홀딩스는 인수 당시 전국에 2000여개 하수·폐수 처리시설을 운영한 수처리 최대 기업중 하나로 폐기물부문에서도 적잖은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었다. 

    SK에코플랜트는 그후 수처리 및 폐기물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1조원에 이르는 거금을 배팅해 단숨에 수처리부문 1위로 올라섰다.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수처리과정은 크게 침전조, 생물반응조, 2차침전조, 배출 순으로 구분된다. 우선 침전조에서 부피가 큰 협착물을 걸러낸뒤 생물반응조에서 미생물들이 서로 잡아먹는 과정인 '활성 슬러지법'을 유도한다. 이후 이 과정에서 나온 찌꺼기는 2차 침전조에서 밑으로 가라앉은뒤 배출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은 미생물이 활동할 수 있도록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주는 것이다. 일반적인 하·폐수 정화는 송풍기를 통해 처리수조 바닥 부분에 공기를 발생시켜 미생물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미생물은 하수내 존재하는 유기물질 등을 제거해 물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산소와 미생물의 접촉 시간이 짧아 전달 효율이 떨어졌고 송풍기 가동에도 적잖은 전력이 소비됐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기업 퓨어엔비텍과 함께 기존 수처리과정에 분리막이라는 새 요소를 도입해 미생물의 정화 효율성을 배가시키는 MABR(Membrane Aerated Biofilm Reactor) 기술을 연구개발중이다. 

    MABR은 분리막 표면에 생물막(Biofilm)을 붙여 미생물을 성장시키고 분리막 내부에는 공기를 주입해 미생물이 하·폐수를 정화할때 필요한 산소를 직접 전달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분리막을 통해 산소가 미생물에게 직접 공급되므로 기존 방식보다 산소 전달률이 3배이상 높다. 송풍기 가동에 들어가는 전력소비도 그만큼 줄어든다.

    이 기술은 현재 수에즈(Suez), 듀폰 옥시엠(Dupont Oxymem), 플루언스(Fluence) 등 소수의 해외기업만 보유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국내 하수처리시설의 65%이상이 운영 연한 25년을 넘긴 상황"이라며 "노후된 시설을 증설 및 개보수하는 과정에 MABR을 적용하면 수처리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업계에선 건설, 화학 부문 대기업들이 잇따라 수처리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향후 시장 규모가 더욱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국내 수처리시장은 영세업체들이 중심이 됐던 만큼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졌지만 대형건설사들의 진출로 기술력이 고도화되고 있다"며 "수처리는 최근 주택사업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의 새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