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재무장관회의서 "실행 여력 있다" 인식 공유美, 러 원유 '가격상한제' 동참 요청… 秋 "취지 공감 동참 용의"공급망 교란·인플레 심화 등 '복합위기'… 전략적 경제협력 강조
  • 달러.ⓒ연합뉴스
    ▲ 달러.ⓒ연합뉴스
    한미가 통화스와프 재체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융·외환시장이 불안할 때 이를 안정시킬 수 있는 추가적인 수단이 사실상 가시권에 들어온 만큼 시장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재무장관 회의에서 양국이 필요시 외화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기재부는 회의가 끝난 후 낸 보도자료에서 양국 간 외환시장 협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와 옐런 장관이 "필요시 유동성 공급장치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실행할 여력이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당장 한미 간 통화스와프를 다시 맺는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필요한 경우 통화스와프를 진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통화스와프란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자국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차입할 수 있도록 약속하는 계약이다. 마이너스 통장처럼 급할 때마다 달러화를 빌려 쓸 수 있는 만큼 외환유동성을 확보하는 추가적 수단인 셈이다.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말 종료된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유 외환이 과거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양호한 상태로 볼 수 있는 만큼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추가적인 안전장치를 확보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추 부총리도 이날 옐런 장관에게 "현재 한국의 외화유동성은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 유동성의 급변동이나 역내 경제 안보 위험요인에 유의하며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며 "유사시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면밀히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집무실에서 옐런 장관을 접견하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실질적 협력 방안을 한미 당국 간 깊이 있게 논의해달라"며 "이를 통해 한미 안보 동맹이 정치·군사 안보와 산업·기술 안보를 넘어 경제·금융 안보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 발언은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과 관련한 긴밀한 협의'를 하기로 합의한 연장선에서 나와 한미 통화스와프 물밑 논의 진척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4.0원 내린 달러당 1313.4원에 거래를 마쳤다. 2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310원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재무장관회의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재무장관회의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옐런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공급망 등에 대한 경제동맹을 강조하면서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에 대해 한국의 동참을 재차 요청했다.

    추 부총리는 "도입 취지에 공감하며 동참할 용의가 있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부총리는 다만 "원유 가격상한제가 국제 유가와 소비자물가 안정에 이바지할 수 있게 효과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자사 고객에게 보낸 서한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이 합의한 러시아 '유가 상한제'와 관련해 러시아가 보복 감산에 나설 공산이 크고, 이럴 경우 국제유가가 3배 이상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옐런 장관은 이런 우려에 대해 앞으로 구체적으로 제도를 설계할 때 한국의 참여를 희망한다고 추 부총리에게 요청했다.

    또한 양측은 공급망 교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원자재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 심화, 급속한 통화 긴축 파급효과 등 '복합위기' 상황에서 한미 간 전략적 경제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두 장관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녹색 전환 지원, 글로벌 보건 이슈 등과 관련한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추 부총리는 한국에 사무국을 둔 녹색기후기금(GCF)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한편 한미 재무장관 회의가 한국에서 열린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