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채와 기업어음으로 자금 조달 잰걸음계열사 실적 둔화에 배당 수익 감소할 듯재무건전성 양호하나… 신사업 투자 등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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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지주가 바이오와 헬스케어를 신사업으로 낙점해 본격 육성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재무 리스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열사 실적 부진으로 인한 배당수익 감소와 신사업 투자 및 차입금 만기 등으로 인한 지출이 예정돼 있어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공모채와 기업어음(CP) 등으로 자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장기 CP로 지난 2월 2100억원을 마련한 데 이어 2분기에만 CP로 약 5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회사채로는 지난 2월 3000억원, 이달 말 최대 4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국내외 대외환경 급변으로 계열사들의 수익성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래먹거리 투자와 단기차입금 상환, 운영 자금 마련 등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지주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는 5400억원에 달한다. 당장 다음 달에도 3일 1000억원, 8월 30일 1500억원 등 총 2500억원의 CP 만기가 도래한다. 

    그간 롯데지주는 배당수익과 경영지원수익, 상표권사용수익, 임대수익 등으로 안정적 현금흐름을 유지해왔다. 시장에서는 롯데지주가 통상 연간 1400억원 내외의 현금창출규모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별도기준 영업익을 보면 2020년 1635억원, 지난해 1121억원 등의 수익을 냈다. 여기에 3월 말 기준 롯데지주의 별도기준 현금 및현금성자산 4362억원에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하면 약 79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주요계열사의 실적 둔화가 예상되면서 주요 수입원인 배당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실제 최근 롯데지주 배당수입 기여도가 가장 큰 롯데케미칼은 수익악화에 따라 사상 첫 중간배당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중국 봉쇄조치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과 원자잿값 상승, 여수공장 정기보수 등 요인에 따른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보통주 1주당 8300원의 결산배당을 실시, 롯데지주는 배당수익으로 728억원이 넘는 금액을 확보한바 있다. 롯데지주는 작년 말 기준 롯데케미칼 지분 25.59%(877만1257주)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계열사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온라인 부문에서 지속되는 높은 경쟁강도와 곡물가격 상승 등 원재료비 부담에 따라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및 롯데푸드의 실적도 긍정할 수 없는 분위기다. 실제 2022년 1분기 이들 계열사 합산 영업이익은 3332억원으로 작년 1분기 8729억원 대비 61.8% 줄어든 상황이다.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계열사 지원과 신사업 육성 등 지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이후 롯데지주는 코리아세븐 유상증자와 롯데헬스케어 설립으로만 각각 3984억원, 700억원을 소요했다. 이어 롯데바이오로직스에 104억원을 출자했고, 최근에는 계열사 롯데컬처웍스가 보유한 현대차그룹 계열 종합광고회사 이노션 지분 매입에 465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하기도 했다. 

    여기에 높은 배당성향도 부담이다. 롯데지주는 출범 전인 2017년 8월 향후 배당성향을 30%까지 늘리고 중간배당 실시 계획 등 주주가치 제고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배당성향은 지난 2년 간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하지만 롯데지주는 올해 3월 주총에서 지난해 보통주 한 주당 15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배당총액은 1073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87억원 대비 36% 늘어난 수준이다. 현금배당성향은 34.78%다. 롯데지주는 앞으로도 배당성향을 3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롯데지주의 순차입금은 2조2000억원, 순차입금의존도는 28.7%로 재무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7900억원의 유동성과 1400억원 내외의 현금창출규모는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과 CAPEX, 배당금 및 이자비용, 자회사 증자대금 등 1조6000억원의 자금소요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신사업을 위한 인수합병(M&A)나 기업공개(IPO) 등 이벤트 발생할 수 있어 추가 지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롯데그룹은 하반기 확대되는 불확실성 가운데서도 미래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며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2022 하반기 사장단회의(VCM)’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금리인상, 스태그플레이션 등으로 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 영업이익 등의 단기 실적 개선에 안주한다면 더 큰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기존의 틀을 벗어난 사업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