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세제 정상화" 다주택자 세부담 낮춰보유세 절감 '헐값 매도' 분위기 사라질 듯전월세, 매물늘고 세 전가 줄어 안정화 전망기준금리 인상-경기 침체에 주택시장 활성화에는 한계
  •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220714 ⓒ연합뉴스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220714 ⓒ연합뉴스
    새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부동산세제 정상화 차원에서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을 내년부터 크게 낮추기로 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이에따라 보유하고 있는 주택중 일부를 증여 또는 매각하려고 했던 다주택자들이 숨 고르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때문에 시장활성화에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임대차시장에는 물량이 늘고 세입자에 대한 세부담 전가가 줄어 안정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1일 '제55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22년 세법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주내용을 보면 주택분 종부세 중과세율을 폐지하고 세부담 상한을 낮췄다. 또 기본공제금액을 높이는 등 사실상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 세율 중과 이전 시기인 2018년 수준으로 과세정책을 회귀시켰다.

    다주택자에게 보유세 부담을 더 많이 지우는 제도의 기본틀은 유지했지만 종부세 부담은 한결 낮추는 개편안을 마련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간 과도하게 시장관리 목적으로 운영돼 온 부동산세제를 조세원칙에 맞게 개편해 국민의 세부담을 정상화하고 주거 안정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개편으로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큰폭으로 줄게 됐다.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가 개편안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84㎡ 1채와 은마아파트 84㎡ 1채를 보유한 다주택자가 2023년 납부해야 할 재산세와 종부세는 총 1억2632만원이었지만 개편안 적용시 3049만원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9583만원의 절세 효과가 있는 셈이다.

    또한 동일면적 최고가가 46억6000만원을 기록했던 서울 서초구 '아크로 리버파크' 84㎡는 2023년 기준 재산세와 종부세를 1807만원만 내면 된다. 개편 전보다 2000만원 가까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 만큼 그동안 내놓았던 매물중 종부세 부담을 던 매물들을 회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시장변동성이 커지기보다 관망세가 짙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종부세 부담을 이유로 급하게 증여하거나 매각을 생각했던 다주택자들이 시간을 벌게 됐다"며 "수도권의 교통망 확충지, 신축주택 부족지 등에 인접한 주택은 매각보다 보유로 돌아설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요즘처럼 거래가 안되는 시장에서 무리하게 값을 낮춰 집을 팔기보다는 관망이나 장기보유쪽으로 돌아서는 다주택자가 늘어날 것 같다"고 판단했다.

    다주택자들 입장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적 배제 종료 시점인 내년 5월9일까지는 굳이 종부세 부담을 이유로 급하게 증여하거나 매각을 결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집주인 보유세 부담이 줄면서 임대차시장은 안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간 전·월세 시장에서 임대인 역할을 하는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이 가중되면서 부담 일부가 세입자에게 전가됐기 때문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세입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상황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랩장은 "매매가격 정체로 자본이득의 기대가 낮아진 임대인에게 세금 인센티브를 지원해 임차인에 대한 세부담 전가를 줄이고 민간장기임대주택의 공급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출금리 인상, 가격고점인식 팽배, 경기위축 우려 등 주택시장의 하방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보유세부담이 낮아졌다고 주택을 추가로 매입하거나 거래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줄어들면서 매물 압박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최근 금리 인상과 집값 조정 기대감으로 매수심리가 가라앉은 만큼 집값 내림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조정대상지역에서 취득세와 양도세 중과가 유지되면서 기존 1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사들이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5.7로, 지난주 86.4보다 0.7p 하락했다.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가 시행된 5월9일 91.0 이후 11주 연속 하락세다.

    이 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매수)와 공급(매도)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부동산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의 집계를 보면 서울 지역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총 6만3889건으로, 한 달 전 6만5261건에 비해 2.10%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실거래는 미미한 수준이라는게 일선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상으로 이달들어 서울아파트 매매 신고건수는 이날까지 199건에 그쳤다. 5월 1737건, 6월 1051건에 이어 역대 최저 수준의 극심한 거래가뭄이 지속하는 것이다.